책소개
<지식을만드는지식 천줄읽기>는 오리지널 고전에 대한 통찰의 책읽기입니다. 전문가가 원전에서 핵심 내용만 뽑아내는 발췌 방식입니다.
≪옥대신영(玉臺新詠)≫ 10권은 남조(南朝) 양(梁)나라 무제(武帝) 때 태자 소강(蕭綱)의 취지에 따라 서릉(徐陵)이 편찬한 시가 선집으로, ≪시경(詩經)≫·≪초사(楚辭)≫를 제외하면 가장 오래된 시가 선집이다. 수록된 작품은 송각본(宋刻本)을 기준으로 볼 때, 한대(漢代)부터 편찬 당시인 양대(梁代)까지의 민가를 포함한 115명의 실명(實名) 작가의 시가로서 오언체(417수), 오언 사구 이운체(157수), 칠언체(44수), 사언체·육언체 및 잡언체(49수) 등 총 667수에 달한다. 이 시가 선집은 한대부터 남조 말엽에 해당하는 양대까지의 시가 중에서 여성 또는 애정과 관련된 시가를 총괄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작가와 작품의 수량에서도 당시(520∼526)에 편찬된 시문 선집인 ≪문선(文選)≫에 수록된 시가(65명, 444수)를 훨씬 능가한다.
이 선집의 제목에 대해서는, ‘옥대(玉臺)’[조균(趙均)]·‘옥대집(玉臺集)’[≪대당신어≫·≪창랑시화(滄浪詩話)≫]·‘옥대신영집(玉臺新詠集)’[심봉춘(沈逢春)] 등의 이명이 있는데 모두 별칭이다. 우선 ‘옥대(玉臺)’란 옥으로 장식한 누대 혹은 아름다운 누대를 가리키니, 모두 궁중 여인들의 거처, 넓게는 여인들의 거처를 가리키는 미칭으로 볼 수 있다. 이와는 달리 옥으로 장식된 경대란 뜻으로 쓰인 경우도 있다. 어쨌든 ‘옥대’의 뜻은 좁은 의미로는 궁중 여인들의 거처를 말하며, 나아가 여인들의 거처, 또는 여인들의 생활공간을 가리킨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옥대’는 곧 이 시가집에 수록된 시가의 내용적인 측면을 가리키는 말로, 여성과 관계가 있음을 뜻한다. 다음으로 제목에 쓰인 ‘신영(新詠)’이란 의미에 대해 살펴보면, ‘신(新)’은 ‘구(舊)’에 대한 말로서,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것이란 의미이며, ‘영(詠)’은 시가라는 의미로 쓰였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전대와는 다른 새로운 시가’라는 의미로 파악할 수 있다. 종합하면, ≪옥대신영≫이란 제목의 의미는 곧 ‘옥대의 새로운 시가’라고 할 수 있으며, 나아가 ‘여성과 관계있는 새로운 시가’라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서문에 나타난 이 시가집의 편찬 목적과 선시 기준을 종합해 보면 이 책은 후궁들의 오락적 수요에 부응하기 위한 시가다. 즉, ≪시경≫의 국풍에 견줄 수 있는 전대부터 당시까지의 사랑 노래를 편집했다는 것이다. 서문에 나타난 편찬 목적은 독자를 염두에 둔 것으로, 그 독자란 좁게는 당시 궁중 내의 여성들, 즉 후비(后妃) 및 궁녀들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나아가 넓게는 바로 고대 식자층에 속하는 여성들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본 역서는 한국연구재단의 동서양명저번역지원사업에 의한 번역인 ≪옥대신영≫(전3권)의 내용을 일부 수정하고 수록 작품을 대폭 줄여 한 권으로 만든 것이다. 수정의 원칙은 다음과 같이 정했다. 근간은 기존 체제이며, 거기에 주석을 줄였고, 작가, 번역문 및 설명 부분을 퇴고와 함께 축약했다. 다음으로 작품 선택의 기준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것은 여성 또는 애정과 관련된 작품이란 원래 선시 기준과 가장 잘 부합하는 작품을 수록코자 했다. 그리하여 당시 같은 시대 서로 다른 문학관에 의해 탄생한 시문선집인 문선과 중복된 작품은 가능하면 제외하기로 했다. 또한 여성과 관련된 시가집이란 특징 때문에 여성 작가의 작품으로 되어 있는 작품은 가능한 한 많이 수록하기로 했다. 다음으로 무병신음 또는 평범하거나 막연한 내용의 작품은 비록 여성 또는 애정과 관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가능하면 제외하고자 했다. 그에 따라서 대다수 왕족들의 작품이 실제 체험에서 우러난 것이 드물기에 이들의 작품을 상대적으로 많이 제외했다. 각주 또한 번역문을 통해 드러나 있는 단순한 어휘 해설은 가급적 생략했다.
200자평
우국충정의 뜻을 싣고 사내대장부의 기개를 담은 시, 중국에는 이런 시만 있었을까? 여기 여성을 위한 시가집이 있다. “옥대신영(玉臺新詠)”, 곧 옥 누각에 사는 여인들의 새로운 노래다. ≪시경(詩經)≫·≪초사(楚辭)≫의 뒤를 잇는 가장 오래된 시가 선집으로, 10권의 책에 한나라 때부터 양나라 때까지의 시 667수를 모은 대작이다. 그중 156수를 골라 옮겼다. 천년 전 중국의 사랑 노래를 만날 수 있다.
엮은이
서효목(徐孝穆) 서릉(徐陵, 507∼583)은 자가 효목(孝穆)이며, 동해 사람이다. 양나라 때 원외산기상시(員外散騎常侍)를 역임한 서초지(徐超之)의 손자이자, 태자좌위솔(太子左衛率)을 지낸 서이(徐摛)의 아들로서, 소강의 취지에 따라 이 선집 ≪옥대신영≫을 편찬한 사람이다. 8세 때 글을 지을 수 있었고, 12세 때에는 ≪장자≫·≪노자≫ 등의 뜻에 통달했으며, 장성해서는 사적들을 두루 섭렵해 구변에 막힘이 없었다. 보통 2년(521)에 진안왕 소강이 평서장군녕만교위(平西將軍寧蠻校尉)가 되었을 때, 서이는 소강의 참모가 되었는데, 소강이 서릉으로 하여금 영만부군(寧蠻府軍)의 일에 참여토록 했다. 소강이 태자가 되자, 서릉은 동궁학사로 뽑혔다. 이후 다시 남평왕부행참군(南平王府行參軍)과 통직산기시랑(通直散騎侍郞)을 역임했다. 소강이 동궁에 있을 때, 자신이 지은 ≪장춘전의기(長春殿義記)≫의 서문을 그에게 쓰도록 했으며, 또 자신의 저술인 ≪장자의(莊子義)≫를 강술하게 했다. 이 선집 역시 당시에 편찬된 것으로 보인다.
태청 2년(548)에는 통직산기상시(通直散騎常侍)를 겸직했으며, 이때 사신으로 북조 동위에 갔다가 억류되었다. 후에 강릉이 서위 및 북제에 의해 함락되어 원제가 피살되자, 이에 왕승변(王僧辯)·진패선(陳覇先)이 소역의 아들 소방지를 건강에서 임금으로 옹립했는데, 이때 북제에서는 양조 종실인 소연명(蕭淵明)을 양의 후사로 보내매 비로소 사신으로 따라 돌아와 상서이부랑(尙書吏部郞)이 되었다.
후에 양나라는 진패선에 의해 찬탈당하게 되는데(557), 그는 진(陳)나라에서도 벼슬해 산기상시(散騎常侍)가 되었으며, 이후 계속해 문제 때는 오병상서(五兵尙書)·어사중승·이부상서 등을 역임했고, 선제 때는 상서우복야·좌복야를 역임했으며, 후주(後主) 때는 좌광록대부·태자소부 등을 역임해 인신(人臣)으로서는 최고의 영화를 누리다가 지덕(至德) 원년(583)에 죽었다.
그의 글은 구체(舊體)를 변화시켜, 구성이 교묘하고 빈틈이 없으며 새로운 뜻이 많았다. 그리고 하나의 글이 나올 때마다 호사가들이 일찌감치 전사(傳寫)해 암송하니, 마침내 중원과 이적들에게까지 두루 퍼졌다. 또한 그는 당시에 유신과 제명(齊名)되어 그들의 글을 ‘서유체(徐庾體)’라고 했으며, 궁체시의 대표 작가이기도 했다.
그의 글들은 수나라의 침략 등 전란으로 인해 대부분이 망실되었으며, 특히 문집 30권은 후인이 ≪예문유취≫와 ≪문원영화(文苑英華)≫ 등에서 일부를 찾아내어 총 6권으로 집일(輯佚)했는데, 청나라 오조의(吳兆宜)가 전주(箋注)해 ≪서효목집전(徐孝穆集箋)≫이라는 형태로 사고전서 속에 남아 있다.
옮긴이
권혁석은 경북대학교 중어중문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서울대학교 중어중문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요 논문으로는 <공자의 언어관을 통해 본 사상, 중국어문학 제48호>(2006. 12, 영남중국어문학회), <중고시기 부부애정시 연구, 중국문학 제57집>(2008. 11, 한국중국어문학회), <≪노자(老子)≫에서 겸양(謙讓) 읽기, 한중언어문화연구 제24집> (2010년 10월, 한국현대중국연구회), <가훈(家訓)을 통해 본 중고(中古)시기 사인(士人)들의 수신(修身)과 처세(處世), 중국어문학 제61집>(2012,12, 영남중국어문학회) 등이 있고, 역서로는 ≪옥대신영≫(전3권, 고대 중국의 여성 독자를 위한 사랑노래, 2006, 소명출판사. 이 책을 통해 ‘2007년 한국연구재단 우수성과’ 및 2012년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 기초학문육성 10년 대표성과’로 선정됨)이 있다.
향후 중국 고대 문학 작품 및 경전, 제자백가 등의 연구를 통해 이상사회 구현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주제를 탐구해 나가고자 한다.
차례
해설
옥대신영 서문(玉臺新詠序)
권1
1. 산에 올라가 궁궁이를 캐고
8. 온화하게 맑은 바람 불어와
9. 해가 동남쪽에서 떠올라
10. 좁은 길에서 서로 만나니
11. 농서행
12. 사랑 노래
26. 우림랑
27. 원망
29. 한나라 때의 동요
30. 동성가
31. 아내에게 1
32. 아내에게 2
33. 아내에게 3
34. 답시
36. 장성 샘굴에서 말에게 물을 먹이며
45. 초중경의 처를 위해 지은 고시
권2
48. 악부 ‘연못가에서’
49. 잡시 1
50. 잡시 2
71. 반씨의 시에 화답해
79. 아내를 그리며
80. 아내를 그리며 2
83. 왕소군
84. 귀염둥이 딸
권3
94. 주씨 부인을 대신해 그 남편 거기장군에게 주는 시
103. 합환시 1
104. 합환시 2
권4
125. 직녀를 대신해 견우에게 주다
131. 꿈속의 귀향
143. 편지를 써서 집 떠난 임에게 부치다
144. 고시를 모방해 지금 사람에게 주다
157. 밤에 기녀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1
158. 밤에 기녀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2
159. 한단의 옛 후궁이 시집가 취사병의 아내가 되다
161. 등잔불
163. 자리
164. 경대
권5
173. 서 시중의 <남을 대신해 그 아내에게 주다>에 화답하다
175. 왕소군
185. 여섯 가지 생각 1
186. 여섯 가지 생각 2
187. 여섯 가지 생각 3
188. 여섯 가지 생각 4
189. 옷깃의 수
190. 발밑의 신
202. 장문궁의 원망
203. 강남곡
207. 노래하는 여인
209. 빨강 편지지
217. 꽃 떨잠
218. 소랑 아가씨를 놀리
223. 거울을 보면서
226. 춤추는 기녀
227. 신부를 구경하다
233. 오림촌에 갔다가 뽕 따는 여인을 보고 잠시 시를 지어 그에게 주다
권6
238. 선마 소자현의 <고시의 뜻>에 화답하다 2
242. 선마 소자현의 <고시의 뜻>에 화답하다 6
256. 젊은 남자
258. 달밤에 남강의 진씨가 새로 첩을 맞는 것을 보며
259. 귀인이 새로 미인을 맞는 것을 보고 잠시 그것을 노래하다
264. 어떤 사람을 대신해 꿈을 말하다
265. 어떤 사람을 대신해 가까이 있지만 만날 수 없음을 슬퍼하다
267. 진안내사 왕씨의 술자리에서 지은 몇 개의 운 ·283
277. 아내에게
289. 곽 시랑의 ‘채상’ 시에 창화한 시
291. 남편에게 회답하다 1
292. 남편에게 회답하다 2
295. 남원에서 미인을 만나다
권7
297. 다듬이질
308. 베 짜는 여인
311. 사랑 노래 18
318. 버들가지 꺾어서
319. 자류마
329. 서 녹사가 안사람이 침구 장만하는 것을 본 것에 화답해
348. 미인의 새벽 화장
349. ‘술을 팔다’란 제목으로 지은 시
352. 미인의 그림 감상
353. 아름다운 소년
권8
377. 기수 가에서 떠돌이의 아내를 희롱하는 모습을 보고
385. <미인 자신이 그림을 보다>란 시에 응대해
391. 시연에서 <모래언덕에 밤 달이 밝다>란 제목으로 지은 시
393. 약현에서 우연히 베 짜는 여인들을 보고 급히 아내에게 부치는 시
394. 아내와 함께 밤을 새며 새해를 맞이하다
395. 초봄에 아내 손잡고 놀러 나가다
406. 칠석
407. 하 복야의 ‘집에 돌아와 고인을 그리워하다’란 시에 삼가 화운하다
408. 만산에서 뽕 따는 여인들 보다
416. 명령을 받아 붓 가는 대로 장난삼아 쓴 시
418. 왕 사인의 <손님을 전송하러 간 뒤 돌아오지 않는 사람을 규방에서 기다리는 여인이 있네>라는 시에 화운해
419. 양 연주자사의 집안 기녀를 대신해 선물받은 거울에 응답한 시
421. 우물을 치다가 금비녀를 주운 것을 노래하다
권9
426. 월인가
427. 거문고 노래 1
428. 거문고 노래 2
429. 가시
430. 한나라 성제 때의 동요 1
431. 한나라 성제 때의 동요 2
432. 한나라 환제 때의 동요 1
438. 아내에게 주는 시
449. 쟁반 안에 쓴 시
454. 진나라 혜제 때의 동요
464. 인생살이 어렵고
465. 이 부인과 귀인
506. 남편에게
권10
513. 고절구 1
514. 고절구 2
515. 고절구 3
516. 고절구 4
517. 아내 이 부인과의 연구시 1
518. 아내 이 부인과의 연구시 2
519. 아내 이 부인과의 연구시 3
522. 애첩 도엽 1
523. 애첩 도엽 2
524. 왕씨의 <단선가>에 화답한 시 1
525. 왕씨의 <단선가>에 화답한 시 2
526. 왕씨의 <단선가>에 화답한 시 3
527. 동양강에서의 증답시 1
528. 동양강에서의 증답시 2
529. 정 독호 1
532. 나무 혹 베개
534. 나그네에게 부치다
535. 석성악
536. 고객악
538. 양양악
539. 양반아
540. 봄 노래
541. 여름 노래
542. 가을 노래
543. 겨울 노래
547. 장락가
548. 독곡가
553. 단양 맹주가
559. 옥계단의 원망
565. 이른 아침 길을 나섰다가 우연히 옛 여자를 만나 수레 안에서 시를 지어서 주다
568. 술 따르는 여인
577. 왕소군의 탄식 1
578. 왕소군의 탄식 2
585. 잡절구 1
588. 잡절구 4
589. 봄날의 그리움
591. 광택사
593. 한 가지에 두 개 핀 치자꽃을 따서 사 양에게 주며 이 시도 함께 주다
594. 진경지의 미인을 대신해 노래하다
598. 변경 수비
607. 여름 노래 1
609. 여름 노래 3
610. 여름 노래 4
615. 자야가 1
626. 내리는 비
631. 춘강곡
635. 무릉왕 곁에서 잔을 돌리는 시동 오호
654. 떠돌이 아내의 높은 누각에 달이 뜨고
655. 남포에서 낭군님과 작별하다
662. 배두렁이
665. 졸음
작가 찾아보기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옥대신영서(玉臺新詠序)>
진나라 상서좌복야·태자소부, 동해 사람 효목 서릉이 짓다
1
아 구름 위로 치솟은 듯 해와 맞닿은 듯 저 궁궐들은
유여조차도 본 적이 없었던 것이며
수천수만의 집들은
장형이 일찍이 읊은 적 있었다네
주나라 왕의 벽대 위와
한나라 임금의 황금옥 안과 같이
옥나무에는 산호 가지를 만들었고
구슬발에는 대모 추를 달았는데
그 속에 미인들이 있다네
●원망 (27)
옛날 한나라 성제 때 반 첩여가 총애를 잃고서 장신궁에서 태후를 공양하면서, 이에 부를 지어 스스로 슬퍼했으며, 아울러 <원시> 한 수를 지었다.
제나라산 비단을 새로 잘라 내는데
곱고 깨끗하기 서리와 눈 같네
말라서 합환 부채 만드니
둥근 모양이 밝은 달 같네
임의 품과 소매 드나들며
살랑살랑 흔들리니 산들바람 일어나네
항상 두려운 건 가을철이 되어
서늘한 바람이 불꽃 더위 뺏는 것
상자 속에 버려져
은혜로운 사랑 중도에서 끊기는 것
●<증부시(贈婦詩)> 3수
진가(秦嘉)는 자가 사회(士會)이며, 농서(隴西) 사람이다. 군상계(郡上計)가 되었는데, 그의 아내 서숙(徐淑)이 병이 들어 친정에 돌아가 있어서 직접 작별하지 못해 시를 주었다고 한다.
아내에게 1 (31)
인생이란 아침 이슬 같으며
세상살이는 험난하기 그지없다오
근심과 역경은 항상 빠르게 닥치며
즐거운 때는 늘 더디게 와서 괴롭다오
시절 임무 받들고 떠나야 된다 생각하니
당신과 떨어져 날로 멀어질 게 분명하다오
수레 보내어 당신 돌아오는 것 맞으려고 했는데
빈 수레로 갔다가 또 빈 수레로 돌아오는구려
편지를 살펴보니 마음이 서글퍼져
밥을 대하고도 먹을 수가 없다오
홀로 빈방 안에 앉아 있으니
그 누가 나를 다독거려 주리오
긴 밤 내내 잠 못 이루고
베개 맡에 엎드려 혼자 전전반측한다오
근심은 끝없이 나를 감싸고 돌지만
내 마음은 자리가 아니어서 말 수가 없다오
●초중경의 처를 위해 지은 고시 (45)
1
공작새 동남쪽으로 나는데
5리에 한 번씩 배회하네
“열세 살에 흰 비단 짤 줄 알았고
열네 살에는 옷 짓는 일 배웠으며
열다섯에는 공후를 탈 줄 알았고
열여섯에는 시경과 서경을 외웠지요
열일곱에는 당신의 아내가 되었으나
마음속은 늘 괴롭고 슬펐답니다
당신은 태수부의 관리가 되어
직무에 충실하느라 부부의 정은 소홀히 했지요
미천한 이 여인은 빈방에 홀로 남아
서로 만날 날은 항상 드물었지요
닭이 울 때부터 베틀에 올라갔으며
밤마다 쉴 틈이 없었지요
사흘에 다섯 필을 짜도
어른은 늦다고 트집하셨지요
길쌈 솜씨가 느리기 때문이 아니라
당신 집 며느리 노릇 하기가 어려웠어요
저는 이런 부림을 참을 수가 없으니
공연히 더 있는 것도 소용없는 일이지요
그러니 시어머님께 아뢰어
빨리 친정으로 돌아가게 해 주세요”
중경은 이 말을 듣고서
안채에 올라가 어머님께 여쭌다네
“저는 본래 박복한 팔자였으나
다행히 이런 여자를 만나게 되어
머리 올리고 잠자리를 같이하면서
황천에 가서도 함께 벗하기로 했습니다
함께 산 지가 2, 3년이니
시작한 지 아직 오래되지도 않았습니다
여자의 행실에 잘못된 게 없는데도
어찌 그리 박대하십니까”
어머니가 중경에게 말하기를
“어찌 이리도 철이 없는가
이 여자는 예의범절도 없고
행동도 제멋대로라
내 마음에 일찍이 불만을 가지고 있었는데
네 어찌 멋대로 할 수 있느냐
동쪽 이웃집에 현숙한 딸이 있는데
이름을 진나부라 한단다
사랑스런 자태는 비길 데 없으니
어미가 널 위해 청혼해 두었단다
그러니 속히 저 아이를 보내는 게 나으니
내보내고 다시는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해라”
중경은 무릎을 꿇고 대답하며
엎드려 어머니께 아뢴다네
“지금 이 여자를 쫓아내시면
늙어 죽을 때까지 다시는 장가들지 않겠어요”
어머니가 그 말을 듣자
자리를 치며 크게 노하면서
“어린것이 겁내는 것도 없이
어찌 여편네 역성드는 말을 하느냐
내 이미 그 아이와 정이 떨어졌으니
절대로 허락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