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지식을만드는지식 ‘한국동화문학선집’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00명의 동화작가와 시공을 초월해 명작으로 살아남을 그들의 대표작 선집이다. 지식을만드는지식과 한국아동문학연구센터 공동 기획으로 7인의 기획위원이 작가를 선정했다. 작가가 직접 자신의 대표작을 고르고 자기소개를 썼다. 평론가의 수준 높은 작품 해설이 수록됐다. 깊은 시선으로 그려진 작가 초상화가 곁들여졌다. 삽화를 없애고 텍스트만 제시, 전 연령층이 즐기는 동심의 문학이라는 동화의 본질을 추구했다. 작고 작가의 선집은 편저자가 작품을 선정하고 작가 소개와 해설을 집필했으며, 초판본의 표기를 살렸다.
이 책에는 원유순이 교단 작가로 등단했던 1990년대 초기에 쓴 단편 <잔소리 할머니>와 <꿈꾸는 아이>가 실려 있다. 이들은 비록 세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교단 작가로 등단했던 초기의 한창 왕성했던 작가적 의욕을 바탕으로 해서 그녀 나름의 작풍을 정립해 가던 시기의 면모를 대변할 만한 작품들이다.
<잔소리 할머니>는 대가족 제도를 대변하는 서민층의 한 가정을 무대로 해서 전개되는 이야기다. 할머니와 손녀 그리고 삼촌의 애인 간에 벌어지는 사건을 둘러싼 심리적 반응이 적절히 구사·원용되는 재치가 돋보인다. 삼촌의 애인이 할머니의 엄정한 마음을 사게 할 만한 심리적 묘책을 낸 이는 바로 그 집안에서 제일 어린 신애라는 손녀다.
이와 같이 심리적 반응을 잘 이끌어 냄으로써 등장인물 간의 갈등을 해결하는 이야기는 초등학교 6학년 교실을 무대로 삼은 <꿈꾸는 아이>에서도 나온다. 여기서는 등장인물 미정이가 갈등을 해결한다. 갈등을 해결할 묘책이 비록 선생님을 통해 얻은 아이디어라고 하지만, 어린 미정이가 이를 충분히 자기 것으로 만들어서 인터넷 메시지를 통해 민영이의 마음을 자기한테 유인해 낼 수 있도록 계책을 꾸민 점에서 남다른 영악함이 돋보인다. 주인공의 영악한 생각과 행동의 동기에서 드러나는 바, 동심다운 순수성이 보여 주는 매력이요, 동심이야말로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준다는 작가 나름의 진지성이 드러난다.
원유순은 초등학교 교실 언저리에서만 헤매는 근시안적인 교단 작가의 한계에만 머물려 하지 않는다. 작가적 관심 폭은 초등학교 교실을 벗어나 점차 사회적 이슈가 될 만한 것들로 넓어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 책에 실린 ≪둥근 하늘 둥근 땅≫이 그 구체적인 예다. 1983년 대한항공 여객기가 소련의 미사일을 맞고 격추당한 사건을 소재로 삼은 장편 아동소설이다. 작가가 이 작품에서 거듭 강조하는 것은 “어린이는 어린이끼리 통하고, 아름다운 것은 아름다운 것끼리 통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어린이 노래 가사처럼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뻗어 나가면 온 세상 어린이를 다 만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러시아인이든 누구든 음악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둥근 하늘 둥근 땅처럼 서로 만나 친구가 되자”는 합창과 춤으로 그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있다.
200자평
원유순은 강원도 고장의 아름다운 산수를 배경으로 한 생태 동화와, 초등학교 교실을 배경으로 그늘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문제작들을 써냈다. 나아가 우리 민족의 남북 분단이라는 민족의 한까지도 아동문학 세계로 끌어들여서 동심 고유의 진정성과 아름다움으로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할 만큼 크고 깊은 민족의식과 진지한 포부를 지녔다. 이 책에는 장편 <둥근 하늘 둥근 땅> 외 2편이 수록되었다.
지은이
원유순은 1957년 강원도 횡성에서 태어났다. 1990년 ≪아동문학평론≫지에 단편 <개구리 선생님>이 추천되었다. 같은 해 ‘아동문학인협회’에서 모집하는 신인상에도 <크리스마스 선물>이 추천되었다. 1993년 계몽아동문학상에 장편 ≪둥근 하늘 둥근 땅≫이 당선되었고, 같은 해 제1회 MBC 창작 동화 대상에 단편 <할아버지는 여름지기>가 가작 당선되었다. 2008년도에 ≪색깔을 먹는 나무≫로 한국아동문학상을, ≪김찰턴 순자를 찾아 줘유!≫로 2011년에 소천아동문학상을 받았다. 2010년 단국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고 전업 작가로 이론과 실제를 겸해서 아동문학에 정진하고 있다.
해설자
신헌재는 1949년 충청남도 서산에서 출생했다. 서울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했다. 1975년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부설 교원교육원 국어과 학사 학위를 취득하고 서울에서 중학교 교사로 근무했다. 1981년 서울대학교 대학원 교육학 석사 학위를, 1986년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성균관대학교 및 한양대학교 강사를 거쳐 1987년부터 2013년 현재까지 한국교원대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국문학교육학회 회장, 학습자중심교과교육학회 회장, 한국아동문학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현재까지 청람어문교육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차례
작가의 말
잔소리 할머니
꿈꾸는 아이
둥근 하늘 둥근 땅
해설
원유순은
신헌재는
책속으로
1.
삼촌은 깔깔 웃으며 신애의 팔을 꽉 잡았다.
“그게 아니고, 정말은 어머님의 생각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하더라. 자투리 천을 모아 조각보를 만들며 많이 생각했대. 우리 젊은 세대는 너무 편한 것만 생각하며 산다고 말이야.”
“그건 정말이야. 나도 가끔 할머니 생각이 답답할 때가 있지만 잘 생각해 보면 할머니 생각이 옳을 때가 많아. 또 할머니 별명이 잔소리 할머니잖아. 물 아껴 써라, 가로등 꺼라, 쓰레기 잘 버려라…. 할머니하고 같이 다니면서 부끄러울 때도 있어. 그런데 그게 다 옳으신 말씀이란 것도 알아.”
신애가 고개를 끄덕이며 차분하게 말하자 삼촌은 빙긋 웃었다.
-<잔소리 할머니> 중에서
2.
은행나무 가까이 가자, 민영이는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긴 머리칼을 휘날리는 멋진 누나를 찾았다.
“얘, 뭘 찾니?”
두리번거리는 민영이의 어깨를 누군가 뒤에서 툭 쳤다.
“아니? 네가 웬, 웬일이니?”
미정이었다. 키는 작지만, 댕돌같이 야물어 보이는 미정이.
미정이는 눈으로 웃고 있었다.
“빨간 댕기 산새를 찾고 있니?”
“아니? 어떻게 네가…?”
민영이는 순간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설, 설마? 네가….”
“왜 실망했니? 빨간 댕기 산새는 내가 즐겨 읽는 동시에 나오는 새 이름이야. 모두 열두 편의 연작 동시야.”
순간, 민영이는 미정이의 큰 눈이 조금은 슬퍼 보인다고 생각했다.
-<꿈꾸는 아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