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원자마을의 결혼식≫은 스와보미르 므로제크의 대표적인 초기 단편집이다. ≪코끼리≫의 성공 이후에 출간된 두 번째 단편집이지만 영미권에서는 ≪코끼리≫보다 먼저 번역·소개되었다. 1950년대 폴란드의 사회·정치적 상황에 깊이 뿌리박고 있는 ≪코끼리≫의 이야기들에 비해 이 이야기들이 보다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단편집에 실린 각각의 이야기들은 풍자와 패러디라는 특징을 공유하며 서로 연결되어 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원자마을의 결혼식>에서는 고도로 문명화된 현대사회의 이기가 야기할 수 있는 문제점을 과장되고 허풍스럽게 풍자한다. <누가 누구인가>는 자신의 본모습을 숨긴 채 가식적인 모습을 연기하는 현대인의 자화상을, <떠나기>는 자신의 틀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소심한 인간의 모습을, <숲에서 발견된 수기>는 아무도 가두지 않은 감옥에 스스로 갇혀 사는 아이러니를 각각 그리고 있다. 풍자와 패러디가 가득한 므로제크의 단편집 ≪원자마을의 결혼식≫을 한국어로는 처음 소개한다.
200자평
므로제크의 대표적인 초기 단편집. ≪코끼리≫에 비해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어 1950년대 폴란드의 사정을 모르더라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기발한 상황 설정, 고정관념의 전복과 반전적인 결말로 웃음을 유발하는 므로제크식 유머를 만끽할 수 있다.
지은이
스와보미르 므로제크는 폴란드의 극작가 겸 단편소설가 겸 카툰 작가로 1930년 크라쿠프 근처 보젱치나에서 출생했다. 희곡과 단편소설을 발표하기 전 그는 신문사와 잡지사에서 풍자적인 칼럼을 썼으며, 이러한 이력은 부조리한 상황을 군더더기 없이 무덤덤하게 기술해 반전의 극적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문체와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기이한 폴란드 가족의 모습을 그린 부조리극 <탱고(Tango)>(1964)와 파리에 거주하는 두 폴란드 이민자의 아이러니한 초상을 그린 <이민자들(Emigranci)>(1974)을 통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는다. 1969년 소련의 체코슬로바키아 침공 시 저항 활동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1969년부터 1971년까지 그의 작품은 폴란드에서 출판이 금지되기도 했다.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유고슬라비아 및 여러 유럽 국가에 머물렀으며, 1987년 멕시코인 수사나 오코리오 로사스 (Susana Ocorio Rosas)와 결혼해, 1990년 멕시코에 정착했다. 1996년 폴란드 크라쿠프로 돌아와 ≪발타자르(Baltazar)≫(2006)라는 자서전을 비롯해, 발칸반도에서 휴가를 망치게 된 두 유럽 여행자를 다룬 <아름다운 풍경(Piekni widok)>(1998) 등의 희곡 작품과 단편 소설, 만평집을 출간하며, 칼럼니스트와 카툰 작가로도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코시치엘스키재단 문학상, 위무르누아르
상, 오스트리아국가상 유럽 문학 부문, 카프카상, 부다페스트그랑프리 등 수많은 상을 수상했으며, 2003년 프랑스에서 레지옹도뇌르 훈장(Chevalier de la Légion d’honneur)을 받기도 했다.
옮긴이
정정원은 연세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모스크바국립대학교 이론응용언어학과에서 박사후과정을 마쳤다. 현재 연세대학교, 충북대학교, 경상대학교, 성균관대학교 등에 출강 중이다. 러시아어 의미론, 화용론, 문화언어학, 슬라브어 비교언어학 등에 관심을 갖고 연구 중이며, 석·박사 학위를 받은 전공 분야는 러시아 언어학이지만, 슬라브어 비교 연구 및 슬라브 문학 작품에도 관심이 많다. 대학원 석·박사과정에서 제2슬라브어로 폴란드어, 제3슬라브어로 체코어, 제4슬라브어로 불가리아어를 2∼3학기씩 수강했으며, 바르샤바에서 폴란드어 인텐시브 코스를 수료한 바 있다. 역서로는 스와보미르 므로제크의 ≪코끼리≫(지식을만드는지식)가 있다.
차례
파리가 사람에게
노출에 대해
만남
기차역에서
떠나기
낮게 더 낮게
숲에서 발견된 수기
로베르트 교수
청원서
방학 중에 생긴 일
죄와 벌
백작의 운명
돈가스 송가
드라이브
누가 누구인가?
원자마을의 결혼식
젊은 시절의 기억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잘 있게나. 너저분한 플란넬 조각을 걸친 내 거인 친구여! 메리 크리스마스 앤드 해피 뉴 이어! 어느 편이 더 아름다운 삶인지는 이미 결판이 났다. 목전에 다가온 위대한 미완성과 함께 숨을 거두는 삶이냐 아니면 어리석게도 모든 것을 뒤로하고 아마포로 만든 귀마개와 슬리퍼에 굴복하는 삶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