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극은 마리아가 사건 당시를 회상하는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금화장 고갯길에서 어린아이의 잘린 머리가 발견되자 장안이 발칵 뒤집힌다. 경찰부장은 과학 수사를 통해 사건을 해결하겠다는 방침을 내리고, ‘사건 발생 열 시간 이내, 피해자는 만 1세 내외 남아’라는 법의학적 소견을 바탕으로 수사를 지시한다. 이에 서대문경찰서 사법계의 이노우에 주임 이하 노마, 홍윤식, 임정구 등 형사들이 수사에 착수한다. 일본에서 막 부임해 온 조선의 셜록 홈즈(극 중 샤아록 호움즈) 홍윤식은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수사를 통해 사건 해결의 단서를 찾아간다. 반면 임정구는 심문을 통해 용의자 자백을 받아내 사건을 해결하려 한다. 수사가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는 가운데 아이의 머리통을 쌌던 ‘하트롱’ 봉투를 단서로 수사를 진행하던 홍윤식이 피해자 가족일지도 모를 한창우, 한영이 남매를 찾는다. 그러자 이노우에 주임은 한창우의 죽은 딸 기옥이의 무덤을 파헤치도록 지시한다. 우여곡절 끝에 찾아낸 기옥이의 무덤에서는 머리통이 잘려 나간 채 몸뚱아리만 남은 아기 시체가 발견된다. 기옥이의 고모인 한영이가 간질병 앓는 손주를 위해 어린아이 뇌수를 구하고 있던 어느 부잣집 영감에게 기옥이의 머리통을 팔아넘긴 것이다. 이로써 사건은 급히 종결되지만, 홍윤식은 처음 발견한 아이의 머리가 기옥이 것인지에 대해 여전히 미심쩍어한다. 사건 종결 이후 이노우에는 공을 인정받아 내지로 발령받고, 임정구는 만주로 떠난다. 홍윤식 역시 홀연 경찰서를 떠난다
2007년 4월에 김재엽 연출, 극단 드림플레이 제작으로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에서 초연했다. 관객 호응에 힘입어 7월부터 9월까지 문화공간 이다 2관에서 재공연했다. 2010년 7월 부산문화회관 소극장에서 부산시립극단 제38회 정기공연으로 무대에 올랐을 때는 작가가 직접 연출을 맡았다.
200자평
소화 8년(1933년) 봄, 경성 죽첨정(현재 충정로) 금화장 고갯길에서 갓난아기의 잘린 머리가 발견된 사건을 파헤치는 미스터리 연극이다. 2부 9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봉관이 쓴 ≪경성기담≫에 실린 “죽첨정 단두 유아 사건” 에서 소재를 취했다.
지은이
성기웅은 1974년에 태어났다. 2004년, 직접 쓰고 연출한 <삼등병>에서 강압적인 군대 조직 안에서 갈등하는 동시대 젊은이들의 초상을 독특한 감각으로 그려 내며 평단의 주목을 끌기 시작했다. 이후 <조선 형사 홍윤식>(2007), <소설가 구보 씨의 경성 사람들>(2007) 등을 통해 일제시대와 근대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드러냈다. 아픈 역사 가운데서도 낭만을 포착해 예리하게 묘사하는 능력을 보여 준다. 문학적 감수성과 언어적 상상력을 겸비한 극작과 섬세하면서도 재기 발랄한 연출을 선보이며 극작가 겸 연출가로 활동 중이다. 2006년부터 2009년까지 히라타 오리자의 <과학하는 마음> 3부작을 번역, 연출했고, 2011년에는 <과학하는 마음?숲의 심연 편>을 각색, 연출했다. 그 밖에 대표작으로는 <깃븐 우리 절믄 날>(2008), <소설가 구보 씨의 1일>(2010), <다정도 병인 양하여>(2012)가 있으며 체호프의 <갈매기>를 각색한 한일 합작 연극 <가모메>(2013)를 쓰고 협력 연출로 참가했다. 대한민국연극대상 작품상(2011), 오늘의젊은예술가상(2013), 두산연강예술상(2013) 등을 수상했다. 현재 극단 제12언어연극스튜디오를 이끌고 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작가의 일러두기
제1부
제1장 사건 발생(事件發生)
제2장 현장(現場)
제3장 무당 이성녀
제4장 실가아(失家兒)를 찾아서
제5장 쌀봉투와 뻐꾸기
제2부
제6장 뻐꾸기 울음
제7장 염리 공동묘지
제8장 사건 종결(事件終結)
제9장 남은 이야기
<조선 형사 홍윤식>은
성기웅은
책속으로
마리아: 그래 나는 홍 상이 다시 나타나는 날을 기대립니다. 그른 날이 오기만 헌다면야 홍 상이 이얘기 숙에서만 살아 있는 자가 아니래는 건 자연 밝히어질 테니까요. 혹여래두 참말 그른 날이 온다면요, 난 홍 상에게 샤아록 호움즈와두 같이 탐정 사무소를 열 것을 권할 작정이에요. 그리구 나는 그 조수가 되길 청하겠지요.
허지만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 버렸에요. 그래 홍 상의 모습은 내 머리숙에서조차 하로하로 흐릿해져만 가구, 사람들한테 내 이른 이얘기는 그저 한 자락 옛이얘기루만 여기어져 간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