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시저 살해라는 로마 역사의 특별한 사건을 배경으로 삼고 있는 셰익스피어의 희곡이다. 셰익스피어는 플루타르크의 ≪영웅전≫을 참고해 이 극을 썼지만 플루타르크보다 부정적으로 ‘시저’를 재현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 시저는 미신을 믿는가 하면, 전쟁터에서 발작을 일으키기도 하고 타이버 강물의 격랑에 휩쓸려 허우적거리기도 한다. 그러나 브루터스의 덕성이 강조되고 있는 이 작품에서도 시저의 비중은 적지 않다. 죽음 이후에도 시저는 모든 등장인물들의 삶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거대한 힘으로 남아 있다.
이 작품에서 첫 번째로 주시해야 할 점은 ‘언어의 힘’이다. 시저의 죽음을 애도하는 자리에서 브루터스는 이성적인 어조로 시저를 살해한 동기를 밝혀 군중을 설득한다. 반면 안토니는 격정적인 어조로 군중의 마음을 돌려놓는다. 브루터스를 고결한 인물이라 칭송했던 군중은 안토니의 연설 이후 격앙되어 폭동을 일으킨다. ‘언어의 힘’과 함께 주목해야 할 점이 바로 이 과정에서 드러나고 있는 권력과 군중의 관계다. 군중은 일관성 없고 비이정적인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으나 권력의 향배가 이들 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브루터스’라는 인물에 주목해야 한다. 타이틀은 ‘줄리어스 시저’이지만 중심인물은 ‘브루터스’다. 그는 고결하고 이성적이며 모든 로마인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안토니조차 그의 덕성을 인정한다. 때문에 냉혹한 현실에 부딪쳐 패배했음에도 불구하고 브루터스에 대한 동정과 연민은 극대화되고 있다. 현대에도 살아 숨 쉬는 걸출한 인물 ‘브루터스’와 ‘안토니’를 통해 셰익스피어의 천재적인 감각을 확인할 수 있다.
200자평
셰익스피어는 <줄리어스 시저>에서 천재적 언어 감각을 통해 현대에도 여전히 살아 숨 쉬는 브루터스와 안토니라는 걸출한 등장인물을 창조한다. 그리하여 이 작품은 현재적이다. 벤 존슨은 이런 셰익스피어를 두고 “어느 한 시대의 사람이 아니라, 모든 시대의 사람”이라고 극찬했다.
지은이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1564년 4월 23일 존(John) 셰익스피어와 메리 아든(Mary Arden) 사이에서 태어났다. 셰익스피어는 아름다운 숲과 계곡으로 둘러싸인 인구 2,000명 정도의 작은 마을 스트랫퍼드에서 존 부부의 첫아들로, 8남매 중 셋째로 태어났고, 이곳에서 학교를 다녔다. 셰익스피어는 주로 ≪성경≫과 고전을 통해 읽기와 쓰기를 배웠고, 라틴어 격언도 암송하곤 했다. 셰익스피어는 11살에 입학한 문법학교에서 문법, 논리학, 수사학, 문학 등을 배웠는데, 특히 성경과 더불어 오비디우스의 ≪변신≫은 셰익스피어에게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 셰익스피어는 그리스어도 배웠지만 그리 신통하지는 않았다. 이 당시에 대학에서 교육받은 학식 있는 작가들을 ‘대학재사’라고 불렀는데, 셰익스피어는 이들과는 달리 대학 교육을 전혀 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타고난 언어 구사 능력과 무대예술에 대한 천부적인 감각, 다양한 경험, 인간에 대한 심오한 이해력은 그를 위대한 작가로 만드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그는 제대로 교육받지는 못했지만, 자연으로부터 모든 것을 배운 자연의 아들이자 천재였다.
1590년 대 초반에 셰익스피어가 집필한 ≪타이터스 안드로니커스≫, ≪헨리 6세≫, ≪리처드 3세≫ 등이 런던의 무대에서 상연되었다. 특히 ≪헨리 6세≫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그에 대한 악의에 찬 비난도 없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대학 교육도 받지 못한 작가 셰익스피어 작품의 인기는 더해갔다. 1623년 벤 존슨은 그리스와 로마의 극작가와 견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셰익스피어뿐이라고 호평하며, 그는 “어느 한 시대의 사람이 아니라, 모든 시대의 사람”이라고 칭찬했다. 1668년 존 드라이든(John Dryden)은 셰익스피어를 “가장 크고 포괄적인 영혼”이라고 극찬했다. 셰익스피어는 1590년에서 1613년에 이르기까지 10편의 비극(로마극 포함), 17편의 희극, 10편의 역사극, 몇 편의 장시와 시집 ≪소네트≫를 집필하였고, 대부분의 작품이 살아생전 인기를 누렸다.
옮긴이
김종환은 미국 네브라스카 주립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현재 계명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국영어영문학회의 부회장으로 활동했으며 한국셰익스피어학회의 편집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셰익스피어 연극 사전≫(2005, 공저), ≪셰익스피어와 타자≫(2006), ≪셰익스피어와 현대 비평≫(2009)이 있으며, 세 권 모두 대한민국학술원 우수 도서로 선정되었다. 그 외 저서로 ≪인종 담론과 성담론: 셰익스피어의 경우≫(2013)와 ≪명대사로 읽는 셰익스피어 비극≫(2012)이 있다. 번역서로는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을 포함한 12권과 그리스 비극 작품 11권이 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제1막
제2막
제3막
제4막
제5막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안토니: 이 상처 자국을 똑똑히 보십시오.
자, 이걸 보시오!
시저의 총애를 받던 브루터스의 칼은
바로 이곳을 잔인하게 관통했소.
자, 보시오! 보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