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지식을만드는지식 ‘한국동화문학선집’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00명의 동화작가와 시공을 초월해 명작으로 살아남을 그들의 대표작 선집이다. 지식을만드는지식과 한국아동문학연구센터 공동 기획으로 7인의 기획위원이 작가를 선정했다. 작가가 직접 자신의 대표작을 고르고 자기소개를 썼다. 평론가의 수준 높은 작품 해설이 수록됐다. 깊은 시선으로 그려진 작가 초상화가 곁들여졌다. 삽화를 없애고 텍스트만 제시, 전 연령층이 즐기는 동심의 문학이라는 동화의 본질을 추구했다. 작고 작가의 선집은 편저자가 작품을 선정하고 작가 소개와 해설을 집필했으며, 초판본의 표기를 살렸다.
김향이의 동화는 아이의 마음이 투사되는 대상이 서사의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다. 아이에게 말을 걸고 아이의 마음을 활짝 열어젖히는 그 대상은 부모나 할머니와 같은 사람이 되기도 하지만 대다수는 작고 하찮은 물건이 된다. 김향이 작가가 인형에 큰 관심을 가지면서 인형을 통해 아이들과 소통을 시도하고 있는 점도 이와 관련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세상 만물에, 특히나 뭇사람의 시선에서 벗어나 있는 작고 하찮은 것들에 관심을 기울이는 작가의 타자적 시선이 그들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리라.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할지라도 자신의 작품에서나마 주인공이 되게 하고 스스로 말을 하게 하는 모성적 역능을 김향이의 작품에서 발견할 수 있다.
김향이 작가는 오래된 것들, 사라져 가는 것들에 강한 애착을 보인다. <베틀 노래 흐르는 방>의 길쌈하는 과정, <마음이 담긴 그릇>에 등장하는 자기장이의 삶, <소리하는 참새>의 판소리 등을 보면 작가의 전통에 대한 관심이 만만치 않은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전통 지향성은 타자적 시선을 지닌 작가가 현대 문명으로부터 도외시되어 온 것들에 대해 보이는 자연스러운 지향이기도 하고 작가의 미의식을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하다. 작품의 구성이나 주제, 문체 등에서 엿보이는 김향이 작가의 미의식은 대단히 전통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인물 간의 갈등이 서로 간의 대화와 소통을 통해 화해로 이끌어지는 구성을 보인다는 점에서, 아프고 소외된 자들의 상처를 보듬고 위로하는 주제 의식이 돋보인다는 점에서, 대상을 자아화하는 서정적인 문체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미의식을 확인할 수 있다.
200자평
김향이는 1991년 <베틀 노래 흐르는 방>으로 ‘계몽아동문학상’을 받으며 작가가 되었다. 2003년에는 ≪달님은 알지요≫가 MBC <느낌표!> 선정도서가 되었다. 김향이는 오래된 것들, 사라져 가는 것들에 강한 애착을 보인다. 그의 전통 지향성은 타자적 시선을 지닌 작가가 현대 문명으로부터 도외시되어 온 것들에 대해 보이는 자연스러운 지향이기도 하고 작가의 미의식을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 책에는 <워니 아바님께>를 포함한 13편의 단편이 수록되었다.
지은이
김향이는 1952년 전북 임실에서 태어났다. 1991년 <베틀 노래 흐르는 방>으로 ‘계몽아동문학상’을 받고, 1993년 <달님은 알지요>로 제23회 삼성문학상 장편동화 부문에 당선했다. 2001년 <쌀뱅이를 아시나요>로 제29회 세종아동문학상을 받았다. 2003년 ≪달님은 알지요≫가 MBC <느낌표!> 선정도서가 되었다. 아이들에게 책 읽는 재미를 일깨우기 위해 인형을 수집하고 만드는 데 몰두해 있다.
해설자
차성연은 1972년 서울에서 출생했다.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뒤 동 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2010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평론부문으로 등단했다. 주요 논문 및 평론으로 <만주 이주민 소설의 주권지향성 연구>, <사막에서 살아가기>, <이야기의 변이(變異/變移)> 등이 있다. 현재 경희대학교에서 강의 중이다.
차례
작가의 말
베틀 노래 흐르는 방
막둥이 삼촌
마음이 담긴 그릇
너무너무 사랑하니까
소리하는 참새
부처님 일어나세요
날개옷 이야기
선물
마술의 비밀
할머니 제삿날
최대폿집 딸
워니 아바님께
달려라 포니
해설
김향이는
차성연은
책속으로
1.
“장이들은 기술보다 정신을 앞세워야 하는 게다. 그릇을 빚는 게 아니라 내 마음을 빚는다 하고 정성을 모으면 언제고 뜻을 이루게 될 터이니….”
형은 동생이 너무나 안쓰러워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비로소 아우는 형의 마음을 헤아리게 되었습니다. 형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아우는 더욱 섧게 울었습니다.
숲 그늘에서 뻐꾸기도 덩달아 울었습니다.
“뻐꾹 뻐꾹 뻑뻐꾹 뻐꾹-.”
<마음이 담긴 그릇> 중에서
2.
엄마가 아버지를 안고 울었다. 우리 동네에서 제일 사나운 최대포 아줌마가 서럽게 울었다. 성질 건드리면 눈에 뵈는 게 없다는 욕쟁이 아줌마가 목 놓아 울었다. 병든 남편 수발하느라 드세고 사나워진 엄마는 새끼하고 먹고사느라 더 사나워진 것이다.
<최대폿집 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