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성공한 기업인 콤파스 회장은 결혼하지 않고 빈둥대며 살아가는 딸 리아에게 결혼을 강요하고, 이에 리아는 신문에 신랑감을 찾는 광고를 내자고 제안한다. 결혼을 빙자해서, 소위 사랑을 미끼로 돈을 버는 결혼 사기꾼 뫼비우스가 이에 달려든다. 그러나 뫼비우스는 리아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고 리아와 결혼하기 위해 ‘사랑회사’를 정리한다. 한편 딸이 결혼 사기꾼에게 걸려든 사실을 알게 된 회장은 이 문제를 돈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그러나 뫼비우스와의 담판에서 회장은 오히려 그에게 친근감과 신뢰를 느낀다. 그간 뫼비우스와 사귀었던 수많은 여인들은 사기죄로 ‘연인’을 경찰에 고소하는 대신 눈물로 그와 이별하고, 자유로워진 뫼비우스는 리아와 결혼해 콤파스 회사의 아프리카 지사 총지배인으로 임명된다.
사랑을 미끼로 사기 행각을 벌이는 주인공 뫼비우스는 여인을 만날 때마다 그 여인의 특성에 맞게 자신의 신분을 바꾼다. 때로는 열차 기관사, 보험회사 직원, 상류층 신사, 심지어 아프리카 탐험가로 분장한다. 원제(Ein besserer Herr)는 “지체 높은 신사”의 뜻에 가깝다.
200자평
하젠클레버는 프랑스 연극의 영향 아래 이 결혼 사기극을 집필했다. <멋쟁이 신사>는 <아들>과 더불어 하젠클레버의 가장 성공한 작품으로 오늘날까지 무대에 많이 오르고 있다.
지은이
발터 하젠클레버(Walter Georg Alfred Hasenclever)는 1890년 독일 중서부 도시 아헨(Aachen)에서 부유한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1908년 김나지움을 간신히 졸업한 하젠클레버는 아버지의 요구에 따라 옥스퍼드로에서 법학을 전공한다. 그러나 공부에 전념하지 않고 첫 번째 드라마 <열반(Nirwana)>을 써 자비로 출판한다. 1917년 소포클레스의 주제를 재해석한 <안티고네(Antigone)>로 젊은 극작가에게는 최고의 영예인 ‘클라이스트 상(Kleist-Preis)’을 받는다. 나치가 집권하면서 하젠클레버의 책은 모두 불태워졌고 그의 시민권도 박탈된다. 1934년 프랑스 니스에서 에디트 셰퍼(Edith Schäfer)를 만나 결혼하고 1937년부터 이탈리아 중부 토스카나(Toscana)에 정착한다. 1938년 히틀러가 이탈리아를 방문했을 때 하젠클레버는 히틀러를 반대하는 요주의 인물로 간주되어 열흘간 감금된다. 하젠클레버는 게슈타포에 연행될까 두려웠던 나머지 가짜 여권을 만들어 이탈리아를 탈출해 프랑스 칸에 잠입한다. 1939년 두 번이나 체포되지만 친구인 장 지로두(Jean Giraudoux)의 도움으로 석방된다. 1939년 자서전적 소설 ≪권리를 빼앗긴 사람들 (Die Rechtlosen)≫은 하젠클레버의 마지막 작품이다. 이 작품 속에서 폭력으로 삶의 공간이 사라짐을 폭로하고 수용소 생활도 밝히고 있다. 1940년 독일 군대가 밀어닥치자 준비해 두었던 다량의 수면제를 복용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다. 향년 50세였다. 하젠클레버는 엑상프로방스의 공동묘지에 잠들어 있다.
옮긴이
이재진은 한국외국어대학에서 독일 문학을, 쾰른(Köln)대학에서 연극학을 전공했다. 극작가들 중 레싱, 실러, 클라이스트, 뷔히너, 헤벨, 베데킨트를 중점적으로 연구했다. 특히 브레히트와 뒤렌마트에 전념했다. 뒤렌마트의 <로물루스 대제> 등 많은 작품을 연출했고 브레히트의 <코카서스의 백묵원> 등 여러 희곡을 번역했다. 방송과 공연을 통해 어린이·청소년극과 라디오 드라마 활성에도 노력했다. <브레히트 후기 희곡 작품의 3차원적 구조에 관하여>, <베데킨트 드라마에 나타나는 여성상과 신화적 특성> 등의 논문이 있다. 단국대학교 명예교수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제1부
제2부
해설
지은이에 대해
지은이 연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뫼비우스: 직장에서 돌아와 홀로 방구석에 앉아 있는 외로운 사람들의 마음속을 당신은 헤아려 본 적이 있습니까? 의지할 것 없는 이 세기에 그 불쌍한 인간들은 어찌하면 좋단 말입니까? 즐거워할 일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중략) 나는, 얼굴을 나타내지 않는 연인입니다. 앞으로의 시대에 희망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게 사랑의 편지를 전해 주는 구세주 같은 연인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