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사랑의 행진≫의 역사적 배경은 멕시코의 근대사이다. 멀게는 19세기 중엽의 프랑스 침략시대부터 1910년대에 진행되었던 멕시코혁명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추축국에 선전포고를 하던 1942년에 이르기까지 멕시코 근대사가 거론되고 있다. 이 중에서 멕시코혁명은 쿠바혁명과 함께 멕시코뿐 아니라 라틴아메리카의 정신적 유산으로 남아 있다.
소설에서 델 솔라르가 처음 인터뷰하는 그의 숙모 에두비헤스 브리오네스는 몰락한 지주 가문 출신으로, 멕시코혁명으로 몰락한 전통 가문을 대변하고 있다. 그녀는 새로운 질서에 적응하지 못하고 변화된 사회를 저주하며 산다. 반면에 델피나 우리베는 비천한 농촌 집안 출신이지만 혁명으로 새로운 부르주아가 되었다. 그녀는 지적이며 아름답고 전위적이며 적당하게 교양을 가진 ‘완벽한 여주인’이다. 살인사건은 두 명의 여자가 미네르바라는 공동주택에 함께 살면서 벌어진다. 여기에 외세의 영향력을 상징하는 이다 베르펠이 개입된다. 발모란은 프랑스 식민 시대에 살았던 거세된 남자의 비밀을 알고 있다. 거세된 남자는 유럽의 바티칸에서 노래를 부르다 불행한 생을 살아간다.
인터뷰가 진행되면서 역사학자인 델 솔라르에게 역사의 탐색은 결국 자신의 유년시절의 되새김질로 순환된다. 그는 많은 사실을 알았지만, 역사의 진실과 살인사건의 전모를 밝혀낼 수 있었을까?
200자평
국내 최초로 소개하는 멕시코 작가, 멕시코 소설.
세르히오 피톨은 2005년 스페인어권 노벨 문학상이라고 할 수 있는 세르반테스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이자 권위 있는 번역가다. 그의 장편소설의 매력은 지극히 멕시코적인 역사와 정서를 다루면서도 탈멕시코적인 관점을 선택한다는 데 있다.
지은이
세르히오 피톨은 1933년 멕시코의 푸에블라에서 태어났다. 네 살 때 어머니가 익사하고, 곧이어 아버지가 뇌막염으로 사망하자 피톨의 누이는 절망감으로 세상을 버린다. 고아가 된 그는 삼촌과 할머니의 손에서 성장했는데 늘 병을 달고 다니는 심약한 소년이었다. 사춘기부터 특히 러시아와 동구권 문학에 깊이 심취했고 톨스토이와 도스토옙스키를 좋아했다. 멕시코 국립대학(UNAM)에서 법학을 공부한 뒤 1966년부터 외교관 생활을 하며 단편소설과 장편소설을 썼다.
대표작으로는 소설 삼부작 ≪사랑의 행진≫, ≪신성한 백조 길들이기≫, ≪부부생활≫과, 단편집 ≪메피스토의 왈츠≫와 ≪푸가의 기술≫이 있다.
피톨에 대한 평단의 평가는 오랫동안 한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글의 성격이 라틴아메리카 소설을 분류하는 일반적인 방식, 즉 붐 소설과 포스트붐 소설이라는 계보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에는 라틴아메리카 서사체계를 특징짓는 마술적 사실주의가 면면히 흐르고 있다. 피톨에 대한 진정한 평가는 특히 최근 10년 사이에 이루어졌는데, 스페인어권의 노벨 문학상이라고 할 수 있는 세르반테스 문학상을 수상한 사실은 최근에 이뤄진 피톨에 대한 평가와 인기를 잘 보여준다. “스페인어권의 문학적 유산을 풍부하게 했다”는 것이 선정 이유였다.
옮긴이
전기순은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를 졸업하고 마드리드국립대학교에서 스페인 현대시에 대한 시학(詩學)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스페인 황금세기문학, 스페인 현대시, 스페인 문화사 등을 강의하고 있으며, 스페인 문학과 중남미 현대소설, 스페인어권 영화와 문화에 대한 연구와 저술을 하고 있다.
저서로 ≪스페인 이미지와 기억≫(지식을만드는지식, 2010), ≪환멸의 세계와 매혹의 언어≫(2005, 공저) 등이, 역서로 ≪돈 후안 외≫(을유, 2010), ≪히메네스 시선≫(지식을만드는지식, 2008), ≪사랑에 관한 연구≫(풀빛, 2008), ≪알모도바르 영화≫(커뮤니케이션북스, 2011) 등이 있다. <빅토르 에리세 영화와 시적 리얼리즘>, <알모도바르의 ‘영화 속 영화’>, <소네트와 근대적 형식성>, <기사소설 사회사적 의미> 등의 논문을 썼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 교수, 한국-스페인문화교류센터 소장이다.
차례
1 미네르바
2 가문의 몰락
3 완벽한 여주인
4 새로운 사건들
5 어머니와 딸
6 북 치고 장구 치고
7 후안 페르난데스의 과수원에서
8 디바의 초상
9 사랑의 미로
10 거세된 멕시코 남자
11 게걸음으로 걷다
12 마지막
한국의 독자들에게
옮긴이의 말
세르히오 피톨의 생애와 작품
책속으로
델피나를 만나거든 이렇게 전해요. 도대체 속마음을 안보이고 어디까지 가려고 하느냐고. 이제 와서 생각하면 그건 사는 게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