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어림≫은 한위에서 동진까지의 왕후장상(王后將相)·고관귀인(高官貴人)·문인명사(文人名士) 등 여러 계층 인물들의 인품과 재능을 그들의 언어응대를 통해 묘사하고 품평한 책이다. 당시에 유행했던 청담(淸談) 기풍의 시대사상적 특성이 잘 반영되어 있으며 그 언어 묘사가 비교적 정채롭다. 또한 조정대사·정치·문학·학술사상·인정세태 등 비교적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고 있어 당시의 사회상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자료이기도 하다. 전체 185조의 고사 중에서 절반이 넘는 103조가 동진의 인물에 관한 것으로 작자가 처한 동시대의 인물을 과감하게 논평한 것이 또 하나의 특징이다.
≪어림≫은 당시의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여 창작된 것으로 당시 사람들에게 크게 환영받았다. “≪어림≫이 처음 세상에 나오자 원근의 사람들에게 널리 전해져서, 당시 청년들 중에 이를 전사(傳寫)하여 각각 한 권씩 지니고 있지 않는 자가 없을 정도였다.” ≪세설신어≫의 이 기록을 통해 당시 이 책의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200자평
‘이야기의 숲’, ≪어림(語林)≫에는 전한인(前漢人)·후한인(後漢人)·삼국인(三國人)·서진인(西晉人)·동진인(東晉人) 등 많은 인사들의 인물 품평이 담겨 있다. 작자가 일생 동안 벼슬도 하지 않고 고금의 인물 품평에 심취했던 만큼 핍진한 인물 묘사가 돋보인다.
지은이
배계(裴啓, ?∼?)의 자는 영기(榮期)이며 하동[河東, 지금의 산서성(山西省) 영제현(永濟縣) 서쪽] 사람이다. 부친 배치(裴稚)는 풍성령(豊城令)을 지냈다. 배계는 동진(東晉)의 문학가로서 일생 동안 벼슬하지 않았다. 젊어서부터 뛰어난 품격과 재기를 지녔으며 고금의 인물을 논하길 좋아하여 그러한 내용이 담긴 ≪어림≫을 지었다. 그 밖에 자세한 생애는 알려져 있지 않다.
옮긴이
김장환은 연세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연세대학교 중문과를 졸업한 뒤 서울대학교에서 <세설신어 연구(世說新語硏究)>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연세대학교에서 <위진남북조 지인소설 연구(魏晉南北朝志人小說硏究)>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강원대학교 중문과 교수와 미국 하버드 옌칭 연구소(Harvard-Yenching Institute) 객원교수(Visiting Scholar)를 지냈다. 전공 분야는 중국 문언소설과 필기문헌이다.
그동안 쓰고 번역한 책으로는 ≪중국문학입문≫, ≪중국문언단편소설선≫, ≪중국연극사≫, ≪중국유서개설(中國類書槪說)≫, ≪봉신연의(封神演義)≫(전5권), ≪열선전(列仙傳)≫, ≪서경잡기(西京雜記)≫, ≪세설신어(世說新語)≫(전3권), ≪고사전(高士傳)≫, ≪태평광기(太平廣記)≫(전21권), ≪태평광기상절(太平廣記詳節)≫(전8권), ≪중국역대필기(中國歷代筆記)≫, ≪소림(笑林)≫ 등이 있으며, 중국 문언소설과 필기문헌에 관한 다수의 연구논문이 있다.
차례
선진인(先秦人)
전한인(前漢人)
후한인(後漢人)
삼국인(三國人)
서진인(西晉人)
동진인(東晉人)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유영[劉靈: 유영(劉伶)]은 자가 백륜(伯倫)이다. 술을 마셨다 하면 열 말이요, 해장하는 데 다시 닷 말을 마셨다. 그의 부인이 질책하자, 유영이 말했다.
“당신이 술 닷 말만 가져오면 내가 틀림없이 끊을 것이오.”
부인이 그 말대로 했더니, 유영이 기도하며 말했다.
“하늘이 유영을 태어나게 하실 적에 술로 이름나게 하셔서, 한 번 마시면 열 말이요, 해장술로 닷 말이니, 부인의 말은 삼가 듣지 마소서!”
−<유영이 술을 끊겠다고 빌다>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