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지식을만드는지식 ‘한국동화문학선집’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00명의 동화작가와 시공을 초월해 명작으로 살아남을 그들의 대표작 선집이다. 지식을만드는지식과 한국아동문학연구센터 공동 기획으로 7인의 기획위원이 작가를 선정했다. 작가가 직접 자신의 대표작을 고르고 자기소개를 썼다. 평론가의 수준 높은 작품 해설이 수록됐다. 깊은 시선으로 그려진 작가 초상화가 곁들여졌다. 삽화를 없애고 텍스트만 제시, 전 연령층이 즐기는 동심의 문학이라는 동화의 본질을 추구했다. 작고 작가의 선집은 편저자가 작품을 선정하고 작가 소개와 해설을 집필했으며, 초판본의 표기를 살렸다.
오세발 작가가 문단에 나온 것은 1960년대 말이다. 1968년 ≪중앙일보≫에 동화 <아기 중>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그러나 정작 그의 첫 창작 동화집이 출간된 것은 <아기 중>이 신춘문예에 당선된 후 11년 만의 일이다. 첫 창작집 ≪날지 못하는 비행기≫는 그간에 쓴 70여 편 중에서 연대별로 21편을 선별하여 수록한 것이다. 수록된 작품들은 편마다 오세발의 현실에 대한 치열한 탐구 정신과 창작 과정의 다양한 실험적 시도를 잘 보여 준다. 이 창작집은 1970∼1980년대 오세발 동화의 전반기 문학적 면모를 잘 보여 준다. 이 선집에 수록된 작품 가운데 일곱 편의 동화는 ≪날지 못하는 비행기≫에서 온 것이다.
오세발의 동화가 늘 견지하는 태도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비판 정신’이다. 그의 동화에 발현되는 치열한 문제의식과 강한 주제 의식 역시 여기에서 출발한다. 그는 현대의 젊은 작가들이 잘 다루지 못하는 묵직묵직한 주제들을 과감하게 ‘동화’ 장르에 끌어들인다. 그의 창작 태도는 ‘동화적 동경 세계’를 애초부터 드러내는 방법보다는, 그 세계를 파괴한 문명사회의 폭력과 비윤리성을 폭로함으로써 다시 회복되어야 가치로서 제시하려는 방법을 주로 취한다. 어른의 세계에 속한 듯한 사회의 비리와 거짓된 위선까지도 풍자하며 희화화한다. 오세발의 동화에서 우리가 맛보는 시원하고 통쾌한 청량감의 비밀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오세발의 동화가 현실의 강한 비판과 풍자만을 겨냥한 것은 아니다. 세태에 대해 강한 문제의식을 정공법으로 표출하면서도 늘 그가 잊지 않은 것은 전통적 소재의 활용과 환상성의 탐구다. 도깨비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해학적인 웃음을 빚어내며, 도시 생활에 찌들어 있는 현대인의 가슴에 잠재되어 있던 제 문제를 환상의 기법을 통해 표현해 내어 충분한 공감대를 이끌어 낸다.
오세발의 동화는, 동화라고 해서 현실을 미화하고 현실에서 비껴 나려는 자세를 용인하지 않는다. 그의 동화 세계는 범상치 않다. 남다르게 주제성이 강하다. 현실에 대한 비판의 강도는 여느 동화작가의 작품에 비해 매우 세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의 비판 정신의 참된 발로가 생명을 존중하고 따뜻한 인간애를 추구하는 데서 오는 휴머니즘 정신과 깊이 관련되어 있는 점에 주목하지 않으면 안 된다.
200자평
오세발은 1960년대 말 등단해 현실에 대한 치열한 탐구 정신과 창작 과정의 다양한 실험적 시도를 잘 보여 준 작가다. 세태에 대해 강한 문제의식을 정공법으로 표출하면서도 전통적 소재의 활용과 환상성의 탐구를 잊지 않았다. 이 책에는 등단작 <아기 중> 외 11편이 수록되었다.
지은이
오세발은 1938년 7월 24일 황해도 해주에서 출생 후, 월남해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국민산업대학교 농업경영과를 졸업했다. 월간 교양지 ≪멋≫ 주간, ≪아동문예≫ 주간, ≪새벗≫ 편집 자문 위원, 한국어린이반공교육지도회 상임 이사, 사단법인 사회문화교육연구회 상임 이사를 역임했다. 오세발은 어린이를 위한 한국사 집필을 위해서도 상당히 애를 썼다. 어떤 동화작가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역사 연구와 집필에 신경을 쓰면서 두문불출해 몸을 버리기도 했다. 그가 쓴 역사물로는 독립투사 30인의 기록을 다룬 ≪구국의 횃불≫, 일제 36년 항쟁기인 ≪독립전쟁≫, 삼별초 항쟁을 연구하며 쓴 배중손 장군 전기 등이 있으며, 그 밖에 많은 역사 인물을 연구해 ≪한국의 역사 대관≫(전 6권), ≪한국의 인물≫(전 20권), ≪충·효 교육 전집≫(전 10권), ≪어린이를 위한 한국의 역사≫ 등 어린이 책을 100권 이상 집필했다. 펴낸 동화집으로는 ≪나무귀신≫, ≪말하는 항아리≫, ≪날지 못하는 비행기≫, ≪마을의 잔치≫, ≪이야기 할아버지≫ 외 다수가 있다. 2004년 1월 12일 유명을 달리했다.
엮은이
장성유는 1968년 경남 산청에서 태어났다. 부산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98년 계간 ≪아동문학평론≫에 동화 <열한 그루의 자작나무>가 당선되어 등단했고, 제18회 방정환문학상, 제20회 율목문학상을 수상했다. 장편 환상동화 ≪마고의 숲≫을 냈으며, <소파 방정환의 장르 구분 연구>, <윤동주 동시의 놀이 모티프와 화자의 욕망>, <1920년대 타고르 시의 수용과 소파 방정환의 위치>, <‘혹부리영감’ 설화와 근대 아동문학의 영향 관계 고찰> 등의 논문을 발표했다. 계간 ≪자유문학≫, ≪아동문학평론≫ 편집장을 역임하고 제2차 세계아동문학대회 부집행위원장을 지냈다. 2013년 현재 한국아동문학학회 이사와 ≪아동문학평론≫ 상임 운영위원으로 있고, 고려대·서울예대에 출강한다.
차례
아기 중
자라는 아이들 1
자라는 아이들 2
날지 못하는 비행기
뚱뚱한 개
노래하는 가방
소리를 그리는 화가
방울을 흔드는 목사님
도깨비 삼 형제
산속 식구들
개와 고양이와 닭
귀여운 꽃 도둑
해설
오세발은
장성유는
책속으로
아기 중은 즐겁기만 합니다. 엄마, 아빠, 누렁이 그리고 분이만 마저 만들면 온 가족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분이 얼굴은 왠지, 아무리 앨 써 만들어도 마음에 안 듭니다.
몇 번씩이나 다시 만들었다가는 부수고 또다시 만들곤 합니다.
흙이 온통 묻었지만 아기 중은 미처 박 보살님의 꾸중 같은 것은 생각할 틈이 없습니다. 아기 중은 땀을 빨빨 흘리면서 열심히 진흙 덩이를 다듬고 있습니다.
“이젠 그만 돌아가야지. 아가야, 손님들이 많이 와서 기다릴라.”
흙으로 만든 엄마가 옆에서 근심스럽게 소근거렸지만 아기 중은 들은 척도 안 합니다. 오늘은 꼭 분이 얼굴을 만들고야 만다고 고집을 부립니다.
-<아기 중>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