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지식을만드는지식 ‘한국동화문학선집’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00명의 동화작가와 시공을 초월해 명작으로 살아남을 그들의 대표작 선집이다. 지식을만드는지식과 한국아동문학연구센터 공동 기획으로 7인의 기획위원이 작가를 선정했다. 작가가 직접 자신의 대표작을 고르고 자기소개를 썼다. 평론가의 수준 높은 작품 해설이 수록됐다. 깊은 시선으로 그려진 작가 초상화가 곁들여졌다. 삽화를 없애고 텍스트만 제시, 전 연령층이 즐기는 동심의 문학이라는 동화의 본질을 추구했다. 작고 작가의 선집은 편저자가 작품을 선정하고 작가 소개와 해설을 집필했으며, 초판본의 표기를 살렸다.
이성자 동화의 주된 빛깔은 화해와 통합, 그리고 밀도 높은 사랑의 실체이고, 이를 제시함으로써 작가는 자신이 추구하는 동심이 궁극적으로 사랑에서 출발하고 있음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
<종소리꽃>은 아파트 주민과 부도로 가난에 빠진 아저씨의 갈등을 다룬 작품이다. 소외층의 딱한 사정보다는 아파트 가격이 내릴 것부터 염려하는 몰인정한 세태를 고발하는 성격이 짙다. 결말부에서 두부 장수에 의해, 아파트 쉼터를 기증한 장본인이 아저씨로 밝혀짐으로써 때늦은 미안함과 야박한 인심을 주민들로 하여금 깨닫게 하여 반전의 기회로 삼는 데 성공한다. 이러한 갈등 해결도 중요하지만 이 작품이 노리는 또 하나의 덕목은 가난한 아저씨가 치매에 걸려 집을 나간 노모를 기다리는 장면이다. 비록 가난하지만 치매 어머니를 기다리는 아저씨의 갸륵한 정성이야말로 오늘날 가족이 해체되고 가족이라는 본래 의미가 퇴색되어 가는 추세에 비쳐볼 때 혈육의 따뜻한 정이라는 보다 의미 깊은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소중한 가치로 다가온다. 이 기다림의 모티프를 부각시키는 또 다른 작품으로 <쌍둥이바람꽃>이 있다. 작품 속 할머니는 특별한 현몽으로 쌍둥이 남매를 낳지만 쌍둥이가 여섯 살 무렵 폭우를 만나 큰물에 그 쌍둥이 자식을 잃는다. 그리고 쌍둥이가 떠내려간 산기슭에 하얀 쌍둥이꽃이 피어나 할머니의 아픔과 시름을 달래 주는 하나의 매개적 역할을 하게 된다. 사고로 가족 상실의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할머니의 이야기에서 ‘바람꽃’이 은유하는 의미는 오랜 세월 할머니와 함께할 기다림의 의미요, 그리움의 공간속에서 필연코 다시 돌아와 안기게 될 죽은 쌍둥이의 넋이기도 하다.
이성자의 동화들은 모성적 넉넉함과 부드러운 포용력으로 자아와 세계의 동화를 이끌며 차분히 주제를 암시하는 전략을 보여 준다. 시대적 현실을 살아가는 오늘의 어린이상에 포커스를 맞춰 주로 주인공인 어린이가 성인, 혹은 할아버지 할머니와 갈등이 없는 조화로운 삶의 장면을 제시하여 통합과 동일화의 긍정적 자의식을 구현하고 있다. 일련의 작품에 드러난 주제 구현에서 보다시피 작가적 관심은 상당히 폭이 넓어 환경 문제, 가족 상실, 트라우마 치유, 가출 문제, 욕망 구조 등 외연을 확대해 가고 있음도 드러난다. 창작의 열정이나 작가적 신념이 뚜렷한 까닭에 향후 이성자의 동화는 깊이와 폭을 더하여 동심 독자의 따뜻한 감성을 깨우며 새로운 동화의 경지를 열어 가리라 전망한다.
200자평
이성자는 동시로 등단해 꾸준히 문학적 역량을 확대해 오면서 주제 강한 동화를 발표한, 왕성한 필력을 지닌 작가다. 이성자의 동화들은 오늘의 어린이상에 초점을 맞춰 주로 주인공 어린이와 성인의 갈등이 해소된 조화로운 삶의 장면을 제시하여 통합과 동일화의 긍정적 자의식을 구현한다. 이 책에는 <종소리꽃> 외 12편이 수록되었다.
지은이
이성자는 1949년 전남 영광에서 태어났다. 1992년 <시계와 밤과 아이> 외 세 편으로 ≪아동문학평론≫ 동시 부문 신인상에 당선됐다. <빈 가지마다> 외 열두 편으로 제13회 계몽사 아동문학상 동시 부문에 당선된 걸 기회로 광주대학교 문예창작과에 입학했다. 석박사 과정을 마치고, 모교인 광주대학교 문예창작과에 겸임교수로 출강한다. 출간한 책으로 동시집 ≪너도 알 거야≫, 단편동화집 ≪내 친구 용환이 삼촌≫, 장편동화집 ≪형이라고 부를 자신 있니?≫, 동시집 ≪키다리가 되었다가 난쟁이가 되었다가≫, 그림책 ≪함께 놀고 싶어요≫, 단편동화집 ≪쉿! 특급비밀이에요≫ 외 다수가 있다. 광주문학상, 한정동아동문학상, 방정환문학상 등을 받았다.
해설자
윤삼현은 1953년 전남 해남에서 출생했다. 목포교육대학을 졸업하고, 전남대 교육대학원에서 국어교육을 전공했고 조선대 국어국문학과에서 현대문학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논문으로 <박목월 동시세계 연구>, <윤동주 동심세계 연구>, <일제강점기 동요연구> 등이 있으며 펴낸 책으로 동시집 ≪유채꽃 풍경≫, ≪겨울새≫, ≪엄마휘파람새≫, 동화집 ≪눈사람과 사형수≫, ≪붕붕이의 여행≫, 시조집 ≪뻐꾹소리를 따라가다≫, 연구서 ≪아동문학 창작론≫ 등이 있다. 순천대 겸임교수를 거쳐 2013년 현재 광주교육대학교 겸임교수로 출강하고 있으며 문산초등학교 수석교사로 근무 중이다.
차례
작가의 말
종소리꽃
그래, 바로 그거야
걸어 다니는 목소리
연꽃축제
별사탕 달사탕
주꾸미 엄마
족두리 할머니
눈 오는 날 아침
쌍둥이 바람꽃
아빠, 사랑해
동백꽃
공원 옆, 별난 세탁소
올챙이 삼 형제
해설
이성자는
윤삼현은
책속으로
“엄마, 엄마한테 가자. 빨리 가자.”
두 발로 할머니 엉덩이를 차 대며 졸랐어.
“우리 소은이 착하지? 할머니가 저기 별사탕 따다가 줄 테니 울음 뚝!”
하늘에 떠 있는 별을 가리키며 나를 둥개둥개 어르기 시작했어.
나는 할머니 손가락 끝을 따라 하늘을 올려다보았지.
“햐!”
입이 벌어졌어. 쏟아질 듯 반짝거리는 별들 때문이었지.
“사탕이 저렇게 많아?”
그때였어. 기다랗게 금을 그으며 커다란 별사탕 하나가 떨어졌어. 노랗게 빛나는 별사탕 꼬리를 쳐다보며 나는 침을 꿀꺽 삼켰지. 물론 울음도 뚝 그쳤단다.
“할머니, 따자. 진짜로 별사탕 따서 먹자.”
내가 졸라 댔지.
방으로 들어온 할머니는 별 모양으로 된 사탕을 주었어. 오색으로 반짝거리는 아주 작은 별사탕을 내 손바닥 위에 가득 놓아 주었어.
“자, 할미가 따다 놓은 별사탕이야.”
“햐-.”
내 두 눈이 별만큼 반짝거렸어.
“할머니가 언제 별을 땄어? 이렇게나 많이.”
“우리 소은이 주려고 할머니가 어제 따다 놓았지. 이거 먹고 할머니랑 같이 코 자자. 응!”
나는 별사탕을 입안에 넣으며 고개를 끄덕였어.
혀끝에서 달콤하게 녹아나는 별사탕, 엄마는 이가 썩는다고 주지 않았던 달콤한 별사탕 때문에 겨우 울음을 그쳤거든.
-<별사탕 달사탕>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