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중국의 세시풍속은 역사성, 지역성, 민족성, 계급성에 따른 큰 차별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과 형식은 대동소이하며 형성·발전·전승·변이의 오랜 과정을 거쳐 전승되어 왔다. 궁극적인 목적은 진경벽사(進慶辟邪)이며, 변화 발전 과정에서 점차 축제의 성격이 강해진다. 선진 시대는 맹아기로 지금까지 유전되는 춘절(春節)·상사(上巳)·단오(端午)·중추(中秋)·동지(冬至) 등의 절일(節日, 명절) 원형은 당시 형성되었고, 원시숭배와 민속신앙을 기초로 신앙적 색채가 농후하다. 내용은 역사와 사회가 배제되었으나 점차 나라에서 규정한 예(禮)가 광범위하게 포함된다. 한대는 ≪사기(史記)≫에서 보이듯이 역사·전설이 상당히 활성화된 시기로 중국 세시풍속의 정형기라 하겠다. 이어 위진남북조와 당송의 정합기(整合期)를 거쳐 발전한다. 위진남북조 때는 불교·도교, 북방 유목민족 문화, 위진 현학 및 청담의 기풍 등의 영향을 받는다. 불교와 도교는 종교절일을 낳았고, 북방 유목민의 문화로 잡기유예(雜技遊藝)가 유입되며 현학 및 청담의 기풍으로 연음유락(宴飮遊樂, 주연을 베풀어 즐기다)적 요소가 가미된다. 이미 한대에 원시숭배와 신앙적 요소가 감소되고 당송에 이르러서는 오락과 예의의 요소가 강조된다. 요금원(遼金元) 삼대에는 북방민족의 습속과 융합되는 양상을 보이며 위축되나 명청에 이르러 대도시의 절일은 다시 당송처럼 번영기를 맞는다.
≪제경세시기승≫은 식품, 시장과 명승고적, 민간기예 등 다양한 세시 풍물을 기재해 청대 북경을 연구하는 자들에게 보고(寶庫)가 된다. 그러나 일부 내용은 당시 소수 왕족이나 귀족계층만이 향유할 수 있었던 부분으로 민간의 질박한 풍물이 결여되었다. 특히 청조(淸朝)의 태평성세를 칭송하는 항목이 눈에 띈다. 그러므로 본서는 당시 북경의 습속을 총체적으로 다루었다고 정의하긴 어렵다. ≪제경세시기승≫은 건륭 23년(1758) 간인(刊印)되었으며, 작자는 서(序)에서 저작 동기로 황제가 거주하며 만방의 문물을 갖춘 북경의 지역적 특성을 지적하고 이러한 특성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는 북경의 세시풍속을 기록화하는 작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00자평
≪연경세시기(燕京歲時記)≫와 함께 중국의 마지막 왕조인 청대 연경 지역의 세시풍속을 기록한 대표적인 문헌이다. 식품, 시장과 명승고적, 민간기예 등 다양한 세시 풍물을 기재해 청대 북경을 연구하는 자들에게 보고(寶庫)가 된다. 체재는 음력 정월부터 12월까지 총 93조를 담고 있다.
지은이
청나라 초기 대흥(大興) 사람으로 생졸 연대는 미상이다. 옹정 연간(1723∼1735) 궁궐에서 글을 짓고 감독하는 직책을 수행했다. 건륭(1736∼1795) 초 부모님을 봉양하기 위해 전원으로 돌아와서 무릇 경험했던 바를 뜻이 가는 대로 기록해 1758년 ≪제경세시기승≫을 완성한다. 그 외의 저작으로 ≪공무기유(工務紀由)≫·≪월령집람(月令集覽)≫·≪혼의편속(昏儀便俗)≫·≪독례수지(讀禮須知)≫·≪광회한초(曠懷閑草)≫ 등이 있다.
옮긴이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교육대학원에서 <한국 현대문학과 Shamanism-東裏·順元 작품을 중심으로>로 교육학석사 학위를 받고, 동 대학원에서 <韓國 巫占의 실태-문학성과 관련지어>로 문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홍콩 사립원동대학(私立遠東大學)에서 <≪剪燈新話≫ 集證>으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은 후 한서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역저로 ≪荊楚歲時記≫, ≪夢遊桃源圖 贊詩文≫ 등이 있으며, 중국의 민간신앙, 중국 고전소설과 민속, 한중 양국의 민속문화 비교 등을 주제로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차례
제경세시기승서(帝京歲時紀勝序)
정월(正月)
원단(元旦)/ 진춘(進春)/ 춘반(春盤)/ 성등(星燈)/ 라마타귀(喇嘛打鬼)/ 천탄(天誕)/ 유리창점(琉璃廠店)/ 상원(上元)/ 삼원(三元)/ 연화(煙火)/ 주교모정(走橋摸釘)/ 세시잡희(歲時雜戲)/ 연구(燕九)/ 전창(塡倉)/ 금기(禁忌)/ 시품(時品)
이월(二月)
중화절(中和節)/ 훈충(薰蟲)/ 석자회(惜字會)/ 화조(花朝)/ 도탄(道誕)/ 관음회(觀音會)/ 시품(時品)
삼월(三月)
청명(淸明)/ 사고(赦孤)/ 반도궁(蟠桃宮)/ 동악묘(東嶽廟)/ 시품(時品)
사월(四月)
입하(立夏)/ 결연(結緣)/ 천선묘(天仙廟)/ 약왕묘(藥王廟)/ 풍대작약(豊臺芍藥)/ 시품(時品)
오월(五月)
단양(端陽)/ 금급(禁汲)/ 천단(天壇)/ 도성황묘(都城隍廟)/ 이이사(里二泗)/ 관성묘(關聖廟)/ 하지(夏至)/ 의기(宜忌)/ 시품(時品)
유월(六月)
6월 6일(六月六日)/ 욕상(浴象)/ 상연(賞蓮)/ 시품(時品)
칠월(七月)
입추우(立秋雨)/ 추상래학(秋爽來學)/ 칠성단(七星壇)/ 칠석(七夕)/ 실솔(蟋蟀)/ 추성(秋聲)/ 중원(中元)/ 지장회(地藏會)/ 시품(時品)
팔월(八月)
중추(中秋)/ 채토(彩兎)/ 선사탄(先師誕)/ 시품(時品)
구월(九月)
구황회(九皇會)/ 중양(重陽)/ 등고(登高)/ 상국(賞菊)/ 사청(辭靑)/ 점설(占雪)/ 투암순(鬥鵪鶉)/ 엄채(醃菜)/ 야팔출(夜八出)/ 금기(禁忌)/ 시품(時品)
시월(十月)
송한의(送寒衣)/ 점풍(占風)/ 훈항(燻炕)/ 활활(蛞蛞)/ 안기(安期)/ 백탑연등(白塔燃燈)/ 시품(時品)
십일월(十一月)
동지(冬至)/ 소한도(消寒圖)/ 빙상활찰(氷狀滑擦)/ 축국(蹙鞠)/ 시품(時品)
십이월(十二月)
시매(市賣)/ 납팔(臘八)/ 교빙(窖氷)/ 사조(祀竈)/ 계선악(稽善惡)/ 난세(亂歲)/ 목욕(沐浴)/ 주백병(丟百病)/ 세모잡무(歲暮雜務)/ 황도품휘(皇都品彙)
참고문헌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황제가 계신 도성의 단오절은 유람(遊覽) 거리가 지극히 뛰어나다. 혹은 남정의 성황묘를 노닐고, 혹은 오후에 집안 잔치가 끝나면 사류(射柳) 고사(故事)를 하고, 천단(天壇)의 긴 담장 아래서 말을 달려 곡예를 펼친다. 나아가 천단 안 신악소(神樂所) 앞 별장에서 마작을 하며 안주를 진설하고 술을 마시면서 석양의 향기로운 나무 아래에서 떠들썩하게 소리 지르며 하루 종일 돌아가길 잊는다.
-75쪽
경사의 아이들은 배우기를 즐기는 것을 게을리해 매우 추울 때는 곧 겨울이라 쉬고, 매우 더울 때는 곧 여름이라 쉬므로 학당에서 입추일에 “가을이 되어 시원하니 공부하러 오너라[秋爽來學]” 하고 크게 써 붙인다.
-9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