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적 텔레비전과 방송 편성 문화

시원한 책 11. 전혀 뻔하지 않은 텔레비전

최은경이 쓴 <<사실적 텔레비전과 방송 편성 문화>>

사실은 예측할 수 없다
연출자도 잘 모르는 출연자,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낯선 환경, 끝을 예측할 수 없는 스토리라인은 시청자를 흥분시킨다. 사실적 텔레비전은 종착역을 알 수 없는 여행이다.

참가자들은 수많은 카메라와 음향 장비들을 의식하지 않고, 일상처럼 말과 행동을 하고, 시청자들은 이들을 몰래 관찰하는 사람이 되어 이들의 일상을 흥미롭게, 이전에 보지 못한 내용을 보듯이, 그리고 결과를 예측하지 못한 채 궁금증을 가지고 시청하는 것이다.
‘TV 다큐멘터리’, <<사실적 텔레비전과 방송 편성 문화>>, 18쪽.

사실적 텔레비전이 뭔가?
사실, 곧 팩트(fact)에 기반을 둔, 스토리가 있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또는 장르를 말한다.

사실에 기반을 두었다는 것을 어떻게 판단하는가?
증명할 수 있어야 하고 입증 절차에 대해 공감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증명과 공감의 한도는 어디까지인가?
협의로는 사실의 스토리를 중시한다는 정도, 광의로는 실제 각본이 없거나, 혹은 시청자로 하여금 각본이 없는 듯 믿도록 하는 기술을 가진 프로그램이라는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사실적 텔레비전은 어떤 것이 있나?
리얼리티 다큐, 오락, 예능 프로그램이다. 장르 구별이 쉽지는 않다.

어려운 이유는 뭔가?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대부분 사실에 근거해 사건을 재구성하고 재현하며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르가 섞인 경우도 많다.

이런 장르에 대한 인식은 언제부터 시작되었나?
다큐멘터리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했다. 사실적 텔레비전이라는 장르가 본격적으로 대중화되기 전에는 기록·증언된 혹은 검증된 사실을 전달하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관심 대상이었다.

다큐멘터리는 어떻게 시작되었나?
1926년 ‘다큐멘터리(documentary)’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존 그리어슨 감독은 <야간 우편>이라는 영화에서 당시 전문 배우나 세트 촬영에 의존하던 제작 방식을 거부했다. 실제 우편 기차에서 일하는 우편배달부를 섭외했고 야간에 달리는 열차를 직접 촬영했다.

<야간 우편>은 성공했는가?
실패였다. 현실의 한계를 경험한 그는 현실은 촬영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제작자가 현실(reality)을 촬영하는 것은 현실을 해석해서 어떤 형식으로 담아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있는 그대로를 영화에 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인식인가?
다큐멘터리가 ‘현실의 창조적 처리 작업’ 또는 ‘현실의 파편화’라는 주장이 등장한다. 그 이후 사실적 텔레비전은 오히려 현실 전달에 대한 한계를 적절히 이용해 왔다.

방송에서 사실적 텔레비전은 언제, 어떻게 등장하나?
방송이 대중화하면서 시청자들은 영화 다큐멘터리의 사실감, 현장성을 방송 프로그램에서 기대하기 시작했다. 제작자들은 리얼리티 연예, 오락, 정보,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지금 우리가 보는 방송에서는 언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가?
다큐멘터리, 오락, 예능에서 볼 수 있다. 전형적인 역사, 휴먼, 기획 다큐멘터리는 평일 혹은 주말 저녁 늦은 밤에 편성되고 해외 유명 프로그램 포맷을 수입한 오디션 프로그램과 국내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은 주말 혹은 평일 저녁 황금시간대에 편성된다. 리얼 체험, 관찰 예능은 주로 늦은 밤에 편성된다.

종편 개국 이후 사정은 어떤가?
최근 종합편성방송 등장 후 연예인의 사생활, 가족, 건강, 미용, 살림, 요리 같은 주제를 다루는 정보성 오락 리얼리티 토크쇼가 평일과 주말 늦은 저녁 시간에 편성되는 경향이 있다.

프로그램 내용에서 변화는 없는가?
제작자 중심에서 시청자, 출연자 중심의 프로그램으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이제 시청자들은 스스로 혹은 비전문 배우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나와 남 그리고 사회의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고, 느끼고, 들으면서 경험하는 것을 좋아한다.

시청자와 출연자 중심 프로그램은 어떤 것이 있는가?
평범한 사람들이 주어진 특정 시간 동안 미션을 달성하는 <아내 바꾸기>, 일일 연속극처럼 일상을 기록하는 가운데 감동을 전하는 <패밀리 라이프>, <나는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운전학원>, <공항> 등이 있다.

이 책, <<사실적 텔레비전과 방송 편성 문화>>는 무엇을 다루나?
사실적 텔레비전이라는 장르를 소개한다. 국내외 사실적 텔레비전의 장르적 특징, 깊이, 연관된 편성의 문화가 어떠한가를 이야기한다.

당신은 누구인가?
최은경이다. 한양대학교 평화연구소 연구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