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한국영화사가 완성되려면 북한영화사도 있어야 한다
이 책은 북한영화사의 역동적 과정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그것을 이해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쓰였다. 북한영화에 대한 연구도 정치 쪽으로 지나치게 편향돼 있어 사회문화나 영화와 같은 수업에 쓸 만한 책은 선택 범위가 협소하다. 북한영화사와 사회를 이해하려는 학생과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각 시기별 주요 사건과 영화적으로 기억될 만한 작품 중심으로 책에 담았다. 그동안 출판된 책들이 문예정책에 초점을 맞춘 것과 달리 이 책은 북한의 문예정책과 사회문화사, 그리고 영화사를 복합적인 시각으로 그리고자 했으며, 객관적인 통계 자료는 부록의 영화 및 영화사의 주요 사건 연보에 담아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상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200자평
1945년 이후 북한에서 전개된 영화사를 시대와 작품, 영화사적 사건별로 정리한 책. 북한영화사와 사회를 이해하려는 학생과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각 시기별 주요 사건과 영화적으로 기억될 만한 작품 중심으로 구성했다.
기존에 출간되었던 북한영화 관련 책들이 문예정책에 초점을 맞춘 것과 달리, 북한의 문예정책과 사회문화사, 그리고 영화사를 복합적인 시각으로 그리고자 했다. 객관적인 통계 자료는 부록의 영화 및 영화사의 주요 사건 연보에 담아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상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지은이
이명자
목원대학교 영화영상과 강사다. 동국대학교 대학원 연극영화과에서 “김정일 통치시기 가족 멜로드라마 연구”(2005)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발상과 표현, 스토리텔링을 강의하고, 남북한 비교영화사 연구와 저술 활동을 한다. 주요 저서로『북한영화와 근대성』(역락, 2005), 『영화로 만나는 남북의 문화』(민속원, 2009), 『미군정기 외국영화』(커뮤니케이션북스, 2011)가 있다. 논문으로 “해방기 남북한 영화에 나타난 근대성과 여성담론(2011)”, “전쟁경험의 재구성을 통한 국가만들기(2011)”, “군정기 서울과 평양의 극장연구(2010)”가 있다.
차례
들어가며
1. 북한 연구 방법론
2. 영화사 시기 구분과 문예이론
해방 공간에서의 토대 구축기(1945~1950. 6)
3. 국립영화촬영소와 ‘내 고향’
4. 조선영화동맹과 민족영화론
5. 조소문화교류
6. 문예봉과 유원준
전쟁과 전후 사회주의 영화 건설기(1950. 6.~1955)
7. 한국전쟁과 다큐멘터리: 체제대결의 장으로서 다큐멘터리
8. 1950년대 극영화: 혁명적 비극과 혁명적 낭만주의
천리마 영웅 형상기(1956~1966)
9. 천리마 시대의 영화적 형상화
10. 통일 주제 영화 ‘분계선 마을에서’
11. 혁명전통의 부상
주체영화의 출발기(1967~1979)
12. 3대 혁명영화 ‘피바다’, ‘꽃 파는 처녀’, ‘한 자위단원의 운명’
13. 영화백과전서 김정일의 <영화예술론>
14. 유일수령제의 구현, 수령형상영화: 1970년대 등장한 수령형상영화들
15. 혁명은 계속되어야 한다: 우리집 문제 시리즈
숨은 영웅 형상과 고정 창작단 활동기(1980~1991)
16. 1980년대 숨은 영웅 형상화 영화
17. 오미란을 스타덤에 올려놓은 숨은 영웅 형상화의 대표작 ‘도라지꽃’
18. 1980년대 영화창작단 실험
19. 북한의 작가주의와 신상옥
20. 신상옥 작가성의 북한적 변환 ‘길’
21. 완전한 사회주의의 이상 ‘조선의 별’
22. 전통 소재 영화의 부활
23. 1980년대 액션영화의 황금기
24. 배우 장선희, 김정화, 최창수
주체 사실주의와 변화 수용기(1992~1997)
25. 민족과 개인의 운명은 하나: 1990년대 ‘민족과 운명’ 시리즈
26. 가는 길 힘들어도 웃으며 가자: 북한 경희극
27. 고난의 행군과 영화
28. 배우 리영호, 박금실, 리경희, 류경애
선군혁명영화기(1998~ )
29. 선군혁명과 선군혁명영화
30. 7.1 경제관리 개선조치와 ‘어서오세요’
영화 및 영화사의 주요 사건 연보
참고문헌
책속으로
우리집 문제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북한 중산층의 욕망을 담고 있다. 시리즈의 중심에 있는 우편국장의 직위가 말해주듯 간부인 그를 중심으로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인물들이나 그의 친인척들 대부분이 건설처장, 행정
위원장, 도시처장 등 간부직에 있는 사람들이다. 간부, 우리로 생각하면 중산층인 이들 집안의 문제는 다양하지만 기본적으로 중산층이 된 후 편안해진 이들 사이에 새롭게 솟아오르는 욕망과 그 욕망을 누르는 제도와의 충돌이 이 시리즈의 갈등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 “15. 혁명은 계속되어야 한다: 우리집 문제 시리즈” 중에서
주지하다시피 북한에서는 주인공들이 실의에 빠져 오래도록 체념의 상태에 있도록 두지 않는다. 주인공은 실의에 빠지더라도 대체로 자기극복력이 강하거나 주변 인물들(주로 윗세대를 대표하는 당비서, 아버지, 공장지배인 등)에게 방조(도움)를 받고 다시 일어선다. 사회주의적 리얼리즘의 낙관성과 무갈등이론이 요구하는 것은 혁명적 낙관성을 잃지 않는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신상옥이 체념과 수용이라는 자신의 작가적 개성을 그대로 드러낸다면 비판의 대상이 될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한 결과, 혁명적 낙관성 혹은 당에 의한 해피엔딩을 거스르지 않기 위한 변형을 보여주지만 그럼에도 기본적으로 신상옥 자신의 주제를 견지하고 있는 영화가 <길>(1984)이다.
– “20. 신상옥 작가성의 북한적 변환 <길>” 중에서
1954년 생으로 1978년 평양연극영화대학을 졸업하고 조선예술영화촬영소 배우가 된, 배우로서는 정통 엘리트코스를 밟은 김정화는 <이름없는 영웅들>의 순희 역으로 이름을 알렸고 신상옥 감독이 총애한 듯 신필림에서 제작한 <길> <붉은 날개>에 연달아 캐스팅되었다. 김정화는 살짝 떠있는 검은 눈동자와 도톰하면서도 긴 입술로 인해 북한의 다른 여배우들에 비해 섹시한 느낌을 준다. 앞서 본 영화 <길>에서 혼자서 아이를 기르며 남편을 기다리는 은순 역으로 김정화를 캐스팅한 덕분에 영화는 말하고자 하지만 숨기고 있는, 은순의 철수에 대한 욕망을 겹쳐놓을 수 있었다. <붉은 날개>에서는 동년배 배우들에 비해 크고 날씬한 몸매에서, 그리고 평양의 군인가정 출신이라는 개인적 배경에서 나오는 듯한 당당하고 도도한 이미지를 발산하고 있다.
– “24. 배우 장선희, 김정화, 최창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