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한국 대표 시인의 육필시집은 시인이 손으로 직접 써서 만든 시집이다. 자신의 시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시들을 골랐다. 시인들은 육필시집을 출간하는 소회도 책머리에 육필로 적었다. 육필시집을 자신의 분신처럼 생각하는 시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육필시집은 생활에서 점점 멀어져 가고 있는 시를 다시 생활 속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기획했다. 시를 어렵고 고상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쉽고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것으로 느끼게 함으로써 새로운 시의 시대를 열고자 한다.
시집은 시인의 육필 이외에는 그 어떤 장식도 없다. 틀리게 쓴 글씨를 고친 흔적도 그대로 두었다. 간혹 알아보기 힘든 글자들이 있기에 맞은편 페이지에 활자를 함께 넣었다.
이 세상에서 소풍을 끝내고 돌아간 고 김춘수, 김영태, 정공채, 박명용, 이성부 시인의 유필을 만날 수 있다. 살아생전 시인의 얼굴을 마주 대하는 듯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200자평
1959년 등단한 이후 꾸준한 작품 활동을 해 온 문병란 시인의 육필 시집.
표제시 <법성포 여자>를 비롯한 62편의 시를 시인이 직접 가려 뽑고
정성껏 손으로 써서 실었다.
지은이
문병란
1956/ 조선대학교 문리대 문학과 입학
1959/ 현대문학에 시 <가로수>가 추천작으로 실림. 이후 1963년 <꽃밭>으로 추천 완료되어 본격적인 문단 활동 시작.
1961/ 조선대학교 문리대 문학과를 마치고 순천고등학교 국어교사로 부임.
1966/ 광주제일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전보.
1969/ 조선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전임강사가 됨.
1971/ 대학을 떠나 전남고등학교 국어교사가 됨. 첫 시집 ≪문병란 시집≫(삼광출판사) 간행.
1973/ ≪정당성≫ 간행.
1975/ 창작과비평에 <고무신>, <땅의 연가>, <대위법> 등을 잇달아 발표. 자유실천문인협회에 가입, 반독재 저항문학에 몰두.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 자문위원, 광주전남 공동대표 역임.
1977/ 세 번째 시집 ≪죽순 밭에서≫가 판금됨. 이에 대해 문공부에 항의서를 제출해 파문이 일어남.
1978/ ≪호롱불의 역사≫ 간행.
1980/ ≪벼들의 속삭임≫ 간행.
1981/ ≪땅의 연가≫ 간행. 판매금지됨.
1983/ ≪새벽의 서≫ 간행.
1984/ 장편 서사시 ≪동소산의 머슴새≫ 간행.
1985/ ≪아직은 슬퍼할 때가 아니다≫ 간행.
1986/ ≪5월의 연가≫, ≪무등산≫ 간행.
1987/ ≪못다 핀 그날의 꽃들이여≫ 간행.
1988/ 조선대학교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됨. ≪양키여 양키여≫ 간행.
1989/ ≪화염병 파편 뒹구는 거리에서 나는 운다≫ 간행.
1990/ ≪지상에 바치는 나의 노래≫ 간행.
1991/ ≪견우와 직녀≫ 간행.
1994/ ≪불면의 연대≫, ≪새벽이 오기까지는≫, ≪겨울 숲에서≫ 간행.
1997/ ≪새벽의 차이코프스키≫ 간행.
1997/ ≪직녀에게≫(≪겨울 숲에서≫) 재판 간행.
1999/ ≪인연 서설≫ 간행.
2000/ 정년퇴임.
2001/ ≪꽃에서 푸대접하거든 잎에서나 자고 가자≫ 간행.
2002/ ≪문병란 시연구≫ (허형만, 김종 엮음) 간행.
2004/ ≪동소산의 머슴새≫ 재판 간행.
2006/ ≪민들레 타령≫ 간행.
2007/ ≪서석대의 빛과 그늘≫ (서은문학회 사화집) 간행.
2008. 12. 21/ 서은문학연구소 개소.
2009/ ≪내게 길을 묻는 사랑이여≫ (박인환시문학상 수상 기념 시집) 간행.
2009/ ≪매화연풍≫ 간행.
2011/ 영역시집 ≪시인의 간≫ 간행. 지역문화교류 호남재단 이사장(현).
기타
산문집 ≪저 미치게 푸른 하늘≫, ≪새벽을 부르는 목소리≫ 등 15권 간행.
수상
1974/ 전남문학상
1985/ 요산문학상
1996/ 금호예술상
2000/ 광주시 예술상
2009/ 박인환시문학상, 부산문예시대상, 조선대 문학상
2010/ 낙동강 문학상
차례
시인의 말
꽃씨
화병
월동(越冬)
손
꽃에게
30세
완강한 이마
정당성·2
성삼문의 혀[舌]
아버지의 귀로(歸路)
파리 떼와 더불어
직녀에게
법성포 여자
겨울 보리
호수
땅의 연가(戀歌)
연가(戀歌)·5
고향의 들국화
씀바귀의 노래
배암
흔들리기
약속 시간
프로메테우스의 독백
가을밤의 새 타이어
이무기
아내의 틀니
새벽의 차이코프스키
쓴 맛
로깡뗑 여담
나는 가을이 싫다
가을행
무심초(無心草)
무등산
똥 밟기
백골예찬
희망가
인연 서설
꽃가게 앞을 지나며
가을의 풍경화
딸국질
밤비
명동의 햄릿
성(sex)
어떤 축시
송죽송(松竹頌)
종착역에서
곰내 팽나무
민들레 타령
타령조로 불러 보는 자유
매화연풍
일흔 송이 장미꽃
고희(古稀)를 위한 메모
여섯 사람
지리산 연풍(戀風)
가짜가 진짜에게
자판기
책(冊)
프랑소아 비용을 읽은 밤
2만 불의 고소득보다 작은 희망을
분견(糞犬)들
인생은 영화처럼
계란으로 바위를 치던 시절
시인 연보
책속으로
법성포 여자
마이가리에 묶여서
인생을
마이가리로 사는 여자
주막집 목로판에 새겨 온 이력서는
그래도 화려한 추억
항구마다 두고 온 미련이 있어
바다 갈매기만도 못한 팔자에
부질없는 맹세만 빈 보따리로 남았구나.
우리 님 속 울린
빈 소주병만 쌓여 가고
만선 소식 감감한
칠산 바다 조기 떼 따라간 님
법성포 뱃사공은 영 돌아오지 않네.
어느 뭍에서 밀려온 여자
경상도 말씨가 물기에 젖는데
알뜰한 순정도 아니면서
철없는 옮살이 바닷제비
서쪽 하늘만 바라보다
섬동백처럼 타 버린 여자야
오늘도 하루 해
기다리다 지친 반나절
소주병을 세 번 비워도
가치놀 넘어서 돌아올 뱃사공
그 님의 소식은 감감하구나.
진상품 조기는 간 곳 없고
일본 배 중공 배 설치는 바다에
허탕 친 우리 님
빈 배 저어 돌아올
굵은 팔뚝 생각하면 울음이 솟네.
진종일 설레는 바람아
하 그리 밤은 긴데
촉촉이 묻어 오는 눈물
여인숙 창가에 서서
미친 바다를 보네
출렁이는 우리들의 설움을 보네.
뱃길도 막히고 소식도 끊기고
징징 온종일 우는 바다
니나노 니나노
아무리 젓가락을 두들겨 보아도
얼얼한 가슴은 풀리지 않네.
용왕님도 나라님도 우리 편 아니고
조기 떼도 갈치 떼도 우리 편 아니고
밀물이 들어오면 어이할거나
궂은비 내리면 어이할거나.
오오 답답한 가슴 못 오실 님
수상한 갈매기만 울어
미친 파도를 안고
회오리바람으로 살아온 여자
만선이 되고 싶은 밤마다
텅 빈 법성포 여자의 몸뚱이도
미친 바다처럼 출렁이고 있구나.